필로티 방식 건물 '지진 무방비'…"안전영향평가 의무도 없어"
필로티 방식 건물 '지진 무방비'…"안전영향평가 의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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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기둥이 파손된 필로티 설계 주택.(사진=연합뉴스)

층간 소음·사생활 보호 차원 '유행'…"'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손봐야"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지난 15일 오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5의 지진으로 인명사고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의 피해도 심각했다. 대학교 벽면이 무너져 내렸고 고층 아파트에서는 창틀을 따라 금이 간 곳도 있었다. 특히, 필로티(벽 대신 기둥을 이용해 건물을 띄우는 방식) 구조에서는 1층의 기둥이 파손되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건물이 많았다.
 
필로티 건축 방식은 일반적으로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벽력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에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시켜놓은 구조를 말한다. 사생활 보호와 층간 소음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강화되며 주차공간 문제로 인해 이 같은 구조가 유행했다. 현재 상가건물과 주거 공간이 함께 있는 상당수의 건물들은 이 같은 구조로 설계돼 있지만 건물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하부 층이 약하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은 필로티 구조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진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항 원룸 상황', '필로티식 건물 지진 피해' 등의 제목으로 지진으로 인해 주차장의 기둥이 무너지며 꺾이는 위험한 상황이 담긴 사진들이 확산됐다.

정부는 2015년 개정을 통해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기준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전체의 6.8%에 불과했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0.9%며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30.3%였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내진설계 적용 대상을 '2층 또는 200㎡ 이상 건물'로 확대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월부터 시행했다.

문제는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확대되더라도 기존에 건설된 건축물에 대해선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15층 이하의 신규 건축물의 경우 안정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아 또다시 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건축 법령 개정을 통해 연면적 10만㎡ 이상 대형건축물 중 16층 미만인 건물엔 안전영향평가 의무를 면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저층건축물은 지하 굴착 깊이가 얕고 인접 대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에 대해 내진성능 진단이나 구조 보강을 확대하려면 세제나 금융 지원 등을 통한 제도적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도 16일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지진이 다시 와도 큰 피해가 없도록 내진설계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진 설계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큰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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