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2030 청년주택, 주민불만·고임대료에 발목잡히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주민불만·고임대료에 발목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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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걸려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 반대 현수막.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시, 마땅한 해결책 못 내놓고 '전전긍긍'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시가 청년들의 주거고민 해소를 위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고 임대료 논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중 발표될 '주거복지로드맵'에 역세권 청년주택의 공급계획이 담길 예정인 가운데, 사업 추진에 앞서 서울시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역세권 지역에 연내 1만5000가구의 청년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2019년까지 5만 가구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시의 목표다.

지난 9월엔 △도봉구 쌍문동 103-6 일원(288가구) △광진구 구의동 587-64(74가구) △강남구 논현동 202-7(317가구) △강남구 논현동 278-4 일원(293가구) △관악구 신림동 75-6 일원(212가구)의 용도지역,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관리계획을 변경 고시하고, 총 1184가구 규모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의 항의는 여전하다.

◇ 사업지 인근 주민들 "왜 우리 지역에?"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곳 주민들은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 '2030 청년주택 취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놓는가 하면, 신림동의 관할구청인 관악구청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입주민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과 일조권·조망권 침해 등 때문이다. 특히 임차인을 뺏길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 고시원, 원룸 등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신림역 인근에 위치한 J공인중개업소 박 모씨(53)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입주민이 늘어나게 돼 차량 진출입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세를 받으면서 먹고 사는 임대업자의 반발이 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마포구 창전동 일대에서도 재산권 침해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우리 동네는 안 된다'는 일명 님비(NIMBY)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해당지역 주민들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마땅한 해결책을 못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 "청년들에겐 임대료 부담스러워"

비싼 임대료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공공 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80% 이하, 민간 임대는 90% 이하 수준을 받도록 돼 있어 청년들이 인근 주택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지만, 이미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역세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절대값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첫 번째로 선보인 용산구 한강로 2가 삼각지역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44㎡는 보증금 8200만원에 월임대료 79만원, 49㎡는 보증금 8500만원, 월임대료 84만원 수준이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서교동 청년주택의 경우는 전용 37㎡의 보증금과 월임대료는 각각 9170만원, 85만원에 달한다.

역세권치고는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지만, 생활이 어려운 청년층에는 여전이 부담스러운 액수다.

게다가 민간임대는 8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8년 이후부터는 임대료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역세권 청년주택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주민과의 불협화음을 해결하고, 임대료를 더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달팽이 유니온 관계자는 "역세권에 위치하면 좋긴 하지만, 청년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임대료"라면서 "주택시장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사업의 속도보다는 기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이어나간다면 주민과 청년들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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