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 늘자 '씹기 편한' 연화식 시장 뜬다
고령인구 늘자 '씹기 편한' 연화식 시장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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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고령자를 위해 개발한 부드러운 떡의 물성과 맛에 대해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사진 = 아워홈)

4년 만에 54.8% 성장…현대그린푸드·아워홈·CJ프레시웨이 앞다퉈 개발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식자재 유통기업들이 씹고 삼키기 편한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자, 치아가 약해도 먹기 편한 '연화식(蓮花食)' 개발에 앞다퉈 나선 것이다.

13일 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연화식은 최근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음식을 씹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의 소비자들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내년 초 비율은 전체 인구의 14%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에는 20%를 돌파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실시한 '노인(65세 이상) 실태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6%가 '씹는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음식을 씹기 힘들어하는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식품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2011년 5104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으로 4년 만에 54.8%나 성장했다.

연화식 시장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식자재 유통기업들이다. 노인들이 입원한 병원이나 요양원의 단체급식을 위탁 운영하고 있어 시장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지난달 19일 연화식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선보인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최초로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추고 '부드러운 생선' 등 연화식 기술 2종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기압과 진공상태를 활용해 재료를 형태 그대로 유지한 채 부드럽게 조리하는 '포화증기 조리기'도 도입했다고 한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가자미나 고등어 등 뼈째 먹는 생선 8종을 시범 생산해 중앙보훈병원 등에서 환자식으로 선보였다. 현재 총 20여종의 연화식 상품을 개발했으며, 향후 100여개로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워홈은 효소를 활용한 연화기술을 개발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육류와 떡류, 견과류의 물성을 조절하는 기술 3건을 지난달 특허 출원했다. 아워홈에 따르면, 효소를 활용한 연화기술은 기존의 열로 쪄내는 방식에 비해 영양손실이 적고 부드러운 정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맛과 식감을 살려주고 소화도 쉽다.

아워홈이 개발한 육류와 떡, 견과류는 내년 중으로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아워홈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장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급식이나 식자재 형태의 공급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 제품 출시도 고려 중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12년부터 병원 환자식으로 '무스식'을 제공해오고 있다. 무스식은 음식을 잘게 다진 뒤 원래의 음식 형태로 다시 만든 것이다. 현재 각 급식시설의 조리실에서 조리사들이  무스식을 직접 제조한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15년 출시한 실버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통해 연화식을 포함한 실버푸드를 제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헬씨누리 브랜드의 제품군을 재정비하고 있다"면서 "병원식, 유통 식자재 등 실버푸드 제품 라인업 계획을 올해 안에 세우고 내년초 무렵에는 윤곽이 나올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고령친화식품의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7일 고령친화식품 시장 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고령친화식품의 산업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고령친화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R&D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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