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증권금융 사장 인선 시작부터 곳곳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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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노조, 천막 농성…"내부 출신 후보 반대"
증권금융, '낙하산' 우려 속 사추위 구성도 못해

[서울파이낸스 정수지 기자]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전 사장이 한국거래소 새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거래소 자회사 코스콤과 증권 유관단체 증권금융의 신임 수장 인선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코스콤은 유력 후보가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재공모를 요구하는 노조 반발에 직면했고 증권금융은 '관피아 낙하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정연대 사장의 임기 만료에도 후임을 정하지 못하던 코스콤은 지난달 말 전무이사와 비상임이사 2명, 외부 전문가 2명 총 5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이달 초 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코스콤 임원 출신 인사들과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 등 모두 19명이 지원했다. 사추위는 서류심사를 통해 3배수가량을 추린 뒤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선임 절차가 이뤄지면 최종 후보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코스콤 측은 아직 서류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내부인사들로 후보자가 압축됐다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나온다. 시장에선 전직 임원 출신 3∼4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코스콤에서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에 오른 경우는 아직 한차례도 없다. 증권 정보기술(IT) 전문회사인 코스콤은 공직 유관단체인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고 2015년까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영향으로 그동안 IT 전문가보다는 기재부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로 사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사장 인선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통했고 실제로 사장 교체 시기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만큼 조직 안에선 내부 출신 수장 탄생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반길 법도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코스콤 노조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과거 임원 시절 내부에서 물의를 일으킨 '부적합 인사'라며 본사 1층에서 재공모 요구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송재원 코스콤 노조위원장은 "현재 유력 후보군에는 정권이 내려보낸 사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능력이나 인성 면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수차례 야기했던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인사들은 포장만 내부 출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장 인선 때마다 사추위 구성원이나 후보자의 면면, 인사검증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인사'가 이뤄져 왔다"며 "급변하는 자본시장에서 전문성과 비전을 갖추고 회사를 발전시킬 인물을 뽑으려면 선임 절차부터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정지원 전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워야 하나 아직 사추위 구성도 못한 상태다. 민간회사지만 2015년부터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된 증권금융 역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왔다. 2000년 이후 사장을 역임한 7명 중 5명이 소위 '모피아'(MOFIA·옛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다.

때문에 금융감독원 임원진 인사와 금융권 후속 인사가 마무리돼야 증권금융 사장 선임 절차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모피아 낙하산'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까지 업계 안팎에서 거론된 유력 후보도 유광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들이다.

증권금융 노조는 사실상 정부 '입김'으로 정지원 전 사장이 임기 만료 전에 거래소 이사장으로 가는 '인사 단절'이 일어났다며 이런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내부 전문가 출신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삼 증권금융 노조위원장은 "주주나 구성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금융당국 윗선의 '밀실' 인사로 회사 경영의 연속성이 끊어졌다"며 "내부 전문가 위주로 후임을 물색하되 사추위 인선부터 공모 과정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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