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국빈 비즈니스맨
[홍승희 칼럼] 국빈 비즈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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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 3국, 즉 한중일을 차례로 국빈 방문했다. 그리고 3국으로부터 공히 여느 국빈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의 뒤로는 미국의 막강한 국방력이 병풍을 둘렀다. 육상엔 이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있는 상태에서 최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해군과 공군이 비상 배치됐다.

그리고 그는 3국에서 미국의 무기들을 뽐내며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칼날을 유감없이 휘둘렀다. 3국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대여론은 대부분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청와대와 가까운 광화문 광장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한반도 위기를 무기로 휘두르며 자국산 무기 판매에 열 올리는 무기상의 모습을 보인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정부는 이런 반대시위 자체를 한국의 민주주의 성장의 상징으로 가감없이 드러내며 한국 민주화의 동반자로서 미국의 선한 역할을 치켜세우는 전략으로 강대국의 자부심을 부추겼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이 트럼프 방문기간 수도에서의 시위를 원천 차단한 것과 매우 대조되는 유연한 외교적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일본 아베 총리가 거의 굴신의 모습으로 밀착 접대에 나섰지만 비즈니스맨 트럼프를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는지 거의 모욕에 가까운 태도를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가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이끄는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맨 트럼프의 성과를 올려주지 못한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네 끼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체류일정은 짧았던 한국에서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어지간히 맞아떨어져 미국산 무기구입이 약속됨으로써 발언도 상당히 톤 다운된 홀가분한 일정을 치렀다. 물론 한`미 FTA 재협상을 덤으로 얻었으니 비즈니스맨은 충분히 만족했다는 인상을 드러냈다. 협상이야 앞으로의 밀고 당기기에 따라 성과를 달리 하는 것이니 성과는 비록 차후에 드러날 것이지만 일단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것으로 트럼프의 정치적 수익은 충분히 올린 셈이니까.

중국에서는 아예 자금성을 통째 비워두고 황제 접대를 하며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해 비즈니스맨을 흡족하게 했다.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은 트럼프의 비즈니스는 그의 요구대로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성과를 올렸다.

북한을 현존하는 최고의 위협으로 간주해온 트럼프를 의식해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고 중국은 북한 방문 자체를 금지해가며 협상에서의 작은 빌미도 제공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위기 당사국인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던 트럼프의 방문에 그동안 미군 주둔비용을 얼마나 부담해 왔는지 보여주기 위해 아예 트럼프가 타고 온 전용기가 평택 미군기지로 내리도록 사전 조율에 열을 올렸다. 그 기지 건설비용의 92%를 한국이 부담했으니까. 게다가 전례를 넘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평택기지까지 날아가 트럼프를 맞이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아예 미군 주둔은 오로지 한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미국도 일부 부담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겨우 8% 낸 처지에.

속된 표현으로 참으로 싸가지 없는 발언이지만 그 이상 더 토 다는 게 양쪽 모두에게 이익될 게 없으니 슬그머니 넘어갔다.

트위터 광인 트럼프는 트위터가 금지된 중국에 도착하던 첫날 4개의 트윗을 날렸다. 이를 위해 아예 미국에서부터 특별 장비를 갖고 갔다고 한다. 물론 트윗 내용은 시진핑의 환대에 감사하다는 내용들이었지만 중국의 방화벽을 무력화시키는 트럼프식 대국민 소통법은 실상 방문국 입장에선 꽤 무례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개의할 형편은 못됐다.

분명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를 내세웠고 또 그에 대한 일정 정도의 소득도 얻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 북한 문제를 빌미로 더 많은 무역에서의 이익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국에서 트럼프의 표정이 조금씩 달랐다.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변하는 표정을 따라가며 구경하는 것은 재밌다.

그러나 그런 재미를 누리기에는 우리의 약한 입장이 영 마음에 걸린다. 강경화 장관의 매끄러운 외교적 수완이 돋보였고 한국도 나름대로 얻을 것을 얻은 트럼프의 방문이었지만 속이 시원하지 못한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 강한 대한민국의 꿈을 접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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