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內訌에 드리운 '新관치' 그림자…임추위 구성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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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계파갈등 '고질병'오늘 임시 이사회 '주목'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은행이 오늘(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 인선 절차에 착수한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 예금보험공사 인사가 참여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계파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신망있는 내부인사가 차기 행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확산되고 있는 계파갈등과 관련 차기 우리은행장은 한일이나 상업은행 출신이 아닌 객관적이고 역량있는 외부인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때문에 '관치' 부활에 대한 은행 안팎의 경계심도 한층 고조돼 있다.

지난 2일 이광구 은행장이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우리은행은 혼돈에 빠져 들었다. 우리은행은 업무 공백을 막기위해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으로 행장 대행체제를 꾸렸다. 그러나 채용비리 논란이 검찰 수사로 번진데다 은행장 사퇴로 빚어진 경영 공백, 차기 은행장 선임까지 우리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문제는 채용비리가 불거진 틈새로 고질병인 한일·상업은행 계파 간 갈등이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할 판에 내홍은 되레 심화된 형국이다. 그 사이에 차기 행장을 뽑게 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은 지연됐다. 자의든 타의든 그 배경엔 관치의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민영화 작업이 순조롭던 지난해 말, 1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자율경영'이라는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들은 임추위 멤버에서 빠지는 모양새를 갖춰줬고, 올해 초 과점주주체제는 큰 잡음 없이 이광구 행장을 재신임해 2기 이광구호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후 순항하던 이광구 행장체제가 좌초된 것은 갑자기 터진 채용비리 의혹. 그런데 예보가 이번엔 기존 입장과 달리 임추위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보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임추위 가동이 늦어지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더구나 예보의 임추위 참여 의사에 대해 기존 과점주주를 대리하는 사외이사들이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까지 나돌고 있다.           

우리은행의 장래를 염두에 둔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채용비리 의혹 자체보다 이로 비롯된 상일·한일은행 출신간 계파갈등으로 촉발된 채용비리 폭로전에 있다는 게 은행권의 냉정한 시각이다. 채용비리 의혹은 법의 심판에 맡기면 되지만 계파갈등은 그 앙금이 쉽게 사그라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교적 자제되는 듯한 '관치'가 파고들기 좋은 모양새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적폐'라는 용어가 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차기 행장에 내부출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염려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내부 혁신 TFT에 큰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게 현재의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와 맞물려 선장인 은행장 선임이 전제돼야 풀릴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TFT가 풀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혼돈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계파갈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 즉 차기 은행장이고, 차기 행장 선임작업을 어떻게 무리없이 진행시켜나가느냐에 우리은행의 모든 것이 달려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행장과 상임감사, 5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인과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에서 나온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이 행장의 사퇴로 실질적인 이사회 총원은 7명으로 좁혀졌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 지분 18.52%를 보유한 1대 주주 예보를 대표하는 비상임이사가 포함 될 것인가 여부다.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할 경우 사실상 정부 개입 또는 '신관치'로 해석될 수 있고,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올 초 행장 선출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예보 측 비상임이사를 임추위에서 제외했다. 단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는 예보의 우리은행 임추위 개입 명분의 단초가 될 수 있고, 신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노조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 우리은행 민영화 후 첫 행장 선임에 정부가 예보를 앞세워 다시 관여한다면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정부의 경영개입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지분매각을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셈"이라며 "우리은행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내부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오늘 열리는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논의될 임추위 구성이 새 정부들어 주춤했던 관치논란의 분수령인 동시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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