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온라인 유통공룡 '한국 셀러' 유치 경쟁
미·중 온라인 유통공룡 '한국 셀러' 유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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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라자다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윌 로스(Will Ross) 라자다 크로스보더 대표이사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 라자다 내세워 미국 아마존과 맞대결 양상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서 몸집을 불린 온라인 유통공룡들의 격전장으로 떠오른 걸까. 세계 최대 오픈마켓으로 꼽히는 미국 아마존에 이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 라자다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2012년 설립된 라자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알리바바그룹이 라자다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라자다는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동남아시아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한국 파트너들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날 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를 '기회의 땅'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거대한 시장 규모뿐 아니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시장도 마찬가지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라자다의 모바일 거래 비중은 75%로 한국과 비슷하다. 모바일 마케팅에 특화된 한국 셀러들이 동남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라자다는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13만5000여 셀러와 거래하고 있으며 3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한 상태다. 한국 브랜드로는 삼성전자, 라인프렌즈, 라네즈, 토니모리 등이 있다.

라자다 쪽은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 상품 공급 부족을 강조했다. 음악(K-POP)과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뷰티와 패션까지 확장돼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형편이란 설명이다.

윌 로스 대표는 "스위스를 생각하면 시계를 떠올리는데 이는 신뢰와 권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금 동남아에서 한국 화장품과 패션이 그렇다. 특히 중산층 증가세와 발맞춰 한국 상품 판매량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자다는 이미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CJ E&M 계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아티스트 에이전시 휴맵컨텐츠,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기업 지니웍스 등이 라자다의 국내 파트너다.

윌 로스 대표는 "전자상거래의 핵심은 트래픽이다. 이미 동남아에는 한류 팬들이 광범위하다. 이들이 라자다를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셀러들을 유치해 동남아에서 접하지 못했던 한국 상품들을 독점 제공하고 신규 트래픽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라자다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윌 로스 라자다 크로스보더 대표이사가 쇼핑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한국 셀러들이 동남아 6개국에 상품을 팔려면 라자다의 자체 물류시스템인 'LGS(Lazada Global Shipping solution)'를 거쳐야 한다. 라자다는 세계 100여개 물류업체와 손잡고 재고관리, 배송, 사후서비스 등을 맡는다. 말레이시아에는 보세창고도 운영하고 있다. 재고 상품을 보관했다가 주문을 받으면 바로 통관을 거쳐 이틀 안에 배송이 완료된다.

윌 로스 대표는 "동남아 전역에 130여개 물류센터를 갖췄다. 한국 판매자가 동남아 소비자에게 보내기까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CJ대한통운 같은 각국의 대형 운수회사들이 직접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자 입장에서 어느 나라 물류창고에 어떤 상품을 입고할지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쌓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추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현지 언어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중·소 셀러들이 라자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다소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라자다의 한국법인은커녕 한국사무소조차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사나 지사와 직접 소통하는 구조란 뜻이다. 판매자 가입도 아직까지 영문으로만 가능하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 2015년 한국에서 '글로벌 셀링(온라인 수출)' 사업을 시작하며,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년 만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어 전용 판매 창구와 한국 셀러 전담 상담사도 갖췄다.

아마존 역시 세계 여러 나라에 14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FBA(Fulfillment by Amazon) 시스템을 구축했다. FBA 시스템은 라자다의 LGS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아마존이 일정한 시스템 이용비용을 부과되고, 판매자는 이를 선택할 수 있는 체계다.

한편 국내 온라인유통 업계 일각에선 라자다의 한국 진출이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격돌로 해석한다. 알리바바가 세계 곳곳에서 아마존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라자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가 라자다 지분 51%를 사들였고, 올해 6월 32%를 추가했다. 라자다는 투자유치 당시 독립경영권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사실상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라자다는 알리페이,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계열사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등 알리바바 품에 안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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