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워너원 마케팅…소비자 등골 '휘청'
너도나도 워너원 마케팅…소비자 등골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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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제과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요하이 광고모델로 내세워 팬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 롯데제과)

일정액만큼 사야 팬사인회 '응모권'1백만원대 지출 부추기는 사례도
서울YMCA "가격 지나치게 비싼 경우 많아 판매자 법 위반 사항 점검"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박지민 기자] 유통업계의 '워너원 마케팅'이 일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앞세워 기획한 기업들의 판촉활동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너원 팬사인회 티켓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지갑을 연다고 하소연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6일 유통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워너원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기업들은 팬미팅이나 팬사인회를 빌미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롯데제과는 지난 1일부터 '요하이와 함께하는 워너원 팬사인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요하이 구매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총 330명에게 워너원 팬사인회 티켓을 주는 이벤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요하이를 1만원 이상 사거나, 온라인으로 요하이 과자세트를 살 경우 팬사인회 응모권 1장을 주는 방식이다. 롯데제과는 응모권을 전산화한 뒤 당첨자를 추첨할 예정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워너원 팬사인회 티켓을 따내기 위해 앞다퉈 응모권 모으기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요하이 처리법'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워너원 팬 황모(여·27)씨는 "평소 과자를 전혀 사먹지 않지만 팬싸(팬사인회) 응모권을 모으기 위해 요하이를 매일 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응모권을 많이 모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응모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응모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제과에 앞서 한국야쿠르트도 커피 제품 '콜드브루'의 광고 모델로 워너원을 발탁하고 비슷한 형식의 행사를 열었다. 콜드브루 1병을 사면 워너원 스티커 1장을 주는데, 11장을 모으면 팬사인회 응모권 1장과 바꾸는 방식이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팬싸에 가기 위해 콜드브루 응모권을 몇백장이나 모았는데 광탈(광속탈락)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콜드브루 다크(170ml) 1병 가격이 2000원이니, 응모권 100장을 모으려면 220만원어치를 사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제품 구매액 5만원당 워너원 팬사인회 응모권을 1장씩 지급한다.(사진 = 아이더 홈페이지)

패션기업도 워너원 팬심을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결제금액 5만원당 팬사인회 응모권 1장을 준다. 응모권은 실제 결제금액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예컨대, 제품 가격이 20만원이더라도 10%를 할인 받아 18만원에 구매했다면, 응모권은 3장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이 같은 '팬심 마케팅'이 지나친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소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청소년들의 심리를 악용해 불필요한 지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성수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아이돌이 광고하는 상품의 주요 소비층은 미성년자인데, 팬심에 이끌려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그는 "아이돌을 광고에 내세운 제품 가운데 품질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경우도 많아, 판매자의 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해 총체적인 점검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워너원 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워너원 팬이라고 밝힌 정모(여·29)씨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보니 팬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적잖은 돈을 들여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바람직한 마케팅 방식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팬들 간 경쟁을 부추겨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고, 팬심을 악용하는 장삿속으로 보인다. 제품 자체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과도한 팬심 마케팅이 아니란 입장이다. 실제로는 광고 모델 효과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

아이더 관계자는 "아웃도어도 등산용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서 입을 수 있음을 알리고,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젊은 모델을 앞세웠다"며 "팬사인회는 연예인과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따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웃도어는 '고관여 제품'이어서 모델 효과를 바로 보기 어려운 편이다. 오히려 날씨가 매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면서 팬심 마케팅이란 비난에 선을 그었다.

워너원 마케팅을 기획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아이돌 마케팅이 대세여서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워너원 등 인기 아이돌을 앞세우는 팬사인회는 이미 전반적인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업계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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