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손예술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 수요를 일부 잠재웠다는 칭찬부터 서민들이 집을 사기 더 어려워졌다는 질타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책은 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부동산 접근에 사다리 역할을 했던 금융 접근성을 낮춰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다. 1313조원의 가계대출 중 57%가량이 주택담보대출(744조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면을 뜯어보자.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긴다. 당장 투기를 잡는데는 효과적이라 하지만 가계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사정이 넉넉치 못한 주택 구매 실수요자들과 지방은행들은 난감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원 이상(4월 기준)이다. 서울시민의 평균 임금은 237만원(2015년 기준)수준인데, 이들 중 누군가가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정부가 제시한 부채상환비율 40%를 적용하면 나올 수 있는 대출금은 3억원 중반 수준으로 2억원의 돈을 보유해야만 집을 살 수 있다. 10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 뒤에도 3억원 이상의 빚을 내야 겨우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니면 좋은 학군과 편리한 교통을 포기해야 한다. 다주택자여도 돈을 가진 자는 좋은 집을 언제든지 살 수 있다. 이번 정책에 대해 서민들은 '집에 돈을 맞추지 말고 돈에 집을 맞추며 살라'라며 '분수에 맞게 살라'는 메시지를 들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도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중소기업에 대출 지원을 해줘야하는 가이드라인이 높다.

시중은행은 원화 금융자금대출 증가액의 45%이상, 지방은행은 60% 이상이다. 신규 가계대출도 적어져 시중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전폭 확대하고 있다. 우량한 중소기업의 수는 한정적인데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은행은 괴로움을 토로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지나치게 성급했다. 전세 사는 대신 그돈을 더 보태 집을 사라고 재촉했고 대출을 쉽게 하게 만들어 임기 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했던 전 정권의 정책을 너무 빠르게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이 다주택자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서민의 적대감에 기댄 포퓰리즘적 생각이 기반이었다면 옳지 않다. 금리를 낮춘 뒤 천천히 금리를 올려 시장의 불안을 막듯 가계부채 대책도 그랬어야 했다.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대책은 다시 땜질 처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금이나마 깨끗하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서민들의 꿈을 내팽개친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