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출범, 자본 건전성·은행권 반발에 '발목'
초대형 IB 출범, 자본 건전성·은행권 반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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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은행聯 대리전 양상…"사실상 연내 출범 어렵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회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기된 자본건전성 문제에 더해 은행권에서도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면서 일부에선 연내 출범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초대형 IB의 신규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이면 단기금융업무를,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각각 허용하는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 5곳은 지난 7월 금융위에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당초 금융위의 계획은 이달 중 초대형 IB 지정·인가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동시 상정해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와 금융당국, 그리고 은행권이 번번히 제동을 걸면서 연내 출범이 사실상 가로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대형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우발채무) 문제가 자본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상 채무보증은 잠재적 부채인 우발부채이기 때문에 당장 부채로 잡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증을 약속한 채무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빚'으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채무보증은 총 12조744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8.6%(2조8345억원)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의 채무보증이 3조55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에셋대우(2조8602억원), KB증권(2조7128억원), 한국투자증권(2조6217억원), 삼성증권(9939억원) 등 순을 보였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는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무보증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증권사의 유동성이 부족해지거나 담보자산 가치가 급락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저는 사업 위험을 내포하는데, 부동산 경기저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분양 사업 등 사업성과 도출을 전제로 함에 따라 부동산 경기하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짚은 바 있다.

금융권 맏형 격인 은행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은행권이 지적하는 부분은 IMA인데,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수익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 은행의 고유 업무인 수신업을 증권사들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은행과 증권사 간 영업 싸움이 불거질 수 있는 것.

업권간 설전도 치열하다. 은행연합회와 금투협회간 대리전 양상이다. 앞서 은행권을 대표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IB에 신용공여를 허용하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IMA를 하면 규제 없이 추가 대출이 가능해 지방은행보다 더 커지게 돼 잘못하면 사금고화 등 우려가 커져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모험자본에 대한 자금 조달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증권사가 시대적 요청을 요구받고 있다"며 "은행과 증권사가 기업 신용공여에서 다루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은행업 침범은 아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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