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소비자가 바라는 시장의 온도
[전문가기고] 소비자가 바라는 시장의 온도
  • 허민영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책임연구원
  • minnahuh@kca.go.kr
  • 승인 2017.10.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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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영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책임연구원

최근 한 공중파 TV에서 음식의 온도를 매개체로 어긋나거나 사랑으로 이어지는 남녀관계를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음식이든 사랑이든 적절한 타이밍과 적정한 온도가 결실을 맺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이처럼 산업과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과 관심에도 온도가 중요하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의 온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개발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장의 성과를 측정해오고 있다. 이 지표는 시장이 얼마나 소비자지향적으로 작동하느냐를 소비자관점에서 평가함으로써 공급자 위주로 작성되고 있는 기존의 경제지표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의식주와 더불어 이동통신, 문화·여가서비스, 자동차·교통, 렌탈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소비재 시장 전반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온도를 객관적 수치로 산출하고 이를 시장 개선의 시그널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28개 회원국을 상대로 이와 유사한 소비자시장점수게시판(Consumer Markets Scoreboard)을 생산하고 있다.

'2017 한국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서 소비자가 평가한 최고의 시장과 최저의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나라 주요 소비재 시장의 소비자지향성 수준은 평균 78.1점으로 지난 4년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아직 EU의 지표 평균인 79.8점이나 ‘굿 시장’(Good Market : 80점)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국내시장이 점차 소비자중심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7년 소비자가 최고로 평가한 제품 시장은 화장품이며 최저는 대형 가전이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K-뷰티'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업의 품질향상 노력과 다양한 제품군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탑재한 대형가전들의 경우 최저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가격과 비교해 이에 대한 정보 제공 노력이나 기대만족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시장 부문에서는 렌탈서비스가 최고를, 자동차수리서비스가 2015년에 이어 최저를 차지했다. 렌탈서비스의 대표적 품목은 정수기, 비데 등이다. 매월 소액을 지출하고 지속적으로 품질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기대만족도'에 대한 평가항목 모두 최고점을 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편, 자동차수리서비스 시장은 소비자들이 2회 연속 최하로 평가한 시장이다. 투명한 정보제공, 사업자에 대한 신뢰도 향상, 다양한 서비스 선택의 폭 확대 등 사업자들의 자율적 개선노력이 필요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소비자가 시장의 소비자지향성 측면에서 최고와 최저로 평가한 시장간 간극은 크지 않다. 양질의 상품을 생산·판매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기업을 소비자들은 외면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의 소비자지향성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일교차가 점점 커지고 서늘한 바람으로 인해 따뜻한 온도의 스프가 필요한 계절이다. 시장에 바라는 온도가 조금 더 따끈하게 데워지길 소비자는 기대할 것이다. 시장이 보다 소비자지향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사업자가 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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