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불고 있는 '지주사 전환' 바람…이유는?
재계에 불고 있는 '지주사 전환' 바람…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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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역점 과제 '순환출자 고리 해소'…지배력 강화 포석도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최근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고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히 했다.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재계의 지주사 전환 바람은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현재 현대중공업, 효성 등도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지배구조가 안정되면서 외풍에 영향을 덜 받을 수도 있고 경영 승계도 편해질 수 있어 그동안 지주사 전환을 꺼려왔던 기업들도 하나둘 나서고 있다.

◆ 순환출자 고리 해소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함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계열사들끼리 순환출자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통해 계열사들 간 지분을 확보하면서 주주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됐으며 서로가 지급보증을 통해 우량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에 도움을 주며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순환출자 고리가 공고해지면서 지분을 조금만 가지면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순환출자에 문제점이 많다고 인식했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주사를 설립해 계열사들을 지배할 경우 오너는 지주사 지분을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경영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상호출자 지분도 모두 해소해야 되기 때문에 부실 계열사가 발생해도 다른 계열사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폐해도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주주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올바른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기업에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 경영권 승계 위한 사전 정지작업

그동안 일부 대기업에서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불법과 위법을 자행해 왔다. 오너 자녀들이 기업을 세우고 다른 계열사들이 이 회사에 일감을 줘 기업을 키울 수 있게 도왔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라는 편법을 동원했고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오너 자녀들은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해 경영을 승계했다.

심지어 오너 자녀가 설립한 회사와 주요 계열사의 합병을 통해 지분을 늘리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오너는 세금을 내고 자녀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물려주면 된다. 경영승계 과정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투명해진다. 따라서 정부도 경영 승계에 딴죽을 걸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너 자녀가 회사를 설립한 후 지주회사와 합병을 통해 지분을 늘리며 손쉽게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이 같은 방법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

◆ 현대중공업·효성, 지주회사 위해 잰걸음

현재 현대중공업과 효성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 현대중공업(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주), 현대건설기계(주), 현대로보틱스(주) 4개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해 그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위치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하이투자증권을 지배한다.

다만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지만 현재 현대로보틱스의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42.3%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나머지 57.5%를 확보해야만 한다. 아니면 현재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또한 현대로보틱스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하려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주식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효성도 올해 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효성은 지난달 25일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을 사외이사로 변경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분할, 합병, 영업양수도 등 주요 경영사항과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특수관계인 거래 등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재계에서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간 계열분리가 머지않은 시간 내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효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기업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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