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남사이공에 위치한 롯데마트 1호점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인도네시아·베트남 사업 직접 챙겨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시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중국에서 롯데마트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처럼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10일 롯데그룹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를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신 회장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와중에도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을 찾아 현지 사업을 챙겼다.

지난해 2월 싱가포르를 찾은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의 앤써니 살림 회장을 만나 온라인 유통 합작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양해각서는 롯데와 살림그룹이 반반씩 출자한 합작법인 '인도롯데' 설립으로 이어졌다.

인도롯데는 10일 인도네시아에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ilotte) 운영을 시작했다. 아이롯데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1위 홈쇼핑업체인 레젤(Legel) 등이 입점했으며, 100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롯데는 인구 2억6000만명(세계 4위)의 인도네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2008년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리아,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캐피탈 등 10개 계열사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상태다. 투자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며 연간 매출은 1조8000억원이다. 이는 롯데의 전체 해외 매출(12조원)의 15% 수준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Titan Chemicals)을 인수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올레핀(Olefins) 110만톤, 합성수지(Polymer) 150만톤, 부타디엔(BD) 10만톤, 이축연신 폴리프로필렌 필름(BOPP) 3만8천톤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KS) 소유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도 매입했다. 지난 2월 등기 이전을 마치고 현재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석유화학단지가 완공되면 동남아 시장에서의 롯데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베트남 하노이시에 위치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베트남 역시 신동빈 회장이 발 벗고 나서는 곳 중 하나다. 검찰수사와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등으로 바빴던 올해 7월에도 신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을 방문해 각 지자체 인민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베트남에는 1998년 롯데리아를 앞세워 처음 발을 디뎠다. 현재는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등 10여개 계열사가 진출한 상태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시에 초고층 랜드마크 '롯데센터 하노이'를 선보였다.

베트남에서의 주력 사업은 유통과 관광, 부동산 등이다.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2020년 완공할 예정이다. 전체면적 20만여㎡, 영업면적 7만3000여㎡ 규모의 이 복합쇼핑몰엔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베트남 호치민시에는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약 10만여㎡ 규모 부지에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백화점과 쇼핑몰은 물론 시네마, 호텔, 오피스,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베트남 5위권 은행인 테크콤뱅크의 자회사 테크콤파이낸스 100% 지분 인수를 위한 계약을 했다. 베트남 전체 인구 9009만명 중 신용카드 소지자는 300만명 수준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는 베트남에서 사회공헌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 호치민산업대에 '롯데-코이카 서비스 교육센터'를 열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롯데마트는 국내에 베트남 상품을 선보이며 베트남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교육환경이 열약한 베트남에 '롯데스쿨' 3곳을 개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인구가 많고 경제지표나 산업 활동으로 봤을 때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사업과 관계없이 동남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