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모계의 후손에도 종중(宗中)의 종원지위 확인
[전문가 기고] 모계의 후손에도 종중(宗中)의 종원지위 확인
  • 허윤기 H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laweugene@naver.com
  • 승인 2017.10.1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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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기 H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종래 종중은 우리나라의 유교의 예를 숭상하는 전통에 기반을 두어 공동의 조상을 지닌 자손들로 이루어져 조상의 제사를 목적으로 조직된 부계 혈연집단을 의미했다. 대법원도 2005년도까지는 관습상의 단체인 종중을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성을 종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종족의 자연적 집단이라고 정의하면서, 혈족이 아닌 자나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왔다. 즉, 여성의 종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종원 지위를 확인하여 달라는 청구에 대하여 2005년 7월 21일 대법원은 종래의 태도를 변경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성으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은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고 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려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판단하여 여성의 종원의 지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위 판결로 딸들은 종중의 종원의 지위를 당연히 부여받게 되었고, 종중 재산에 대하여도 그 권리를 행사하고, 종중의 의무도 부여받게 되었다.

그런데 위 판결은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여성의 종원 자격에 한하여 종원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고, 종원인 여성의 후손이 종원 자격을 갖는지 여부 즉, 과연 딸들의 후손이 종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최근 모계의 후손의 종원의 지위 인정 여부에 관한 주목한 만한 판결이 있었다.

종래 민법은 ‘자의 성과 본에 대하여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5년 3월 31일 민법개정에 의하여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으며, 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781조)

사건의 원고는 모가 피고의 종원의 지위에 있었고,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김”으로, 본을 “안동”으로 출생신고 되었다가 이후 법원에 위 민법에 따라 성과 본 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어머니인 성과 본에 따라 원고의 성을 “이”로, 본을 “용인”으로 변경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본 회의 회원은 ”‘이**’ 조상의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 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성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거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이 효력을 상실하고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보게 된 이상 적어도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이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존속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거나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원칙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모계혈족의 후손이라도 성과 본이 같은 이상 종원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17. 8. 25. 선고 2017나2015421 종원지위확인 판결)

오랫동안 종법사상에 의하여 여성 및 모계혈통에 대하여 종원의 지위를 부정해왔던 지난 관습법의 변경을 법원이 확인한 것으로 남녀평등을 실현하려는 우리 법질서에 비추어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여전히 같은 성과 본을 따른 모계혈족에 한하여 종원의 지위를 확인한 것으로 앞으로 또 어떠한 변화된 판결이 있을지는 기대해 볼 일이다.

허윤기 변호사 프로필
-1978년생(대전)
-서울대학교 졸업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이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대한가수노동조합 자문 변호사
-現) H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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