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전쟁, 트럼프 무역 강경책 테스트"…美언론 반응 '냉랭'
"'세탁기 전쟁, 트럼프 무역 강경책 테스트"…美언론 반응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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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등, 미국 가정 인기제품 사지 못하게 될 것"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내 가전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의 반응도 트럼프의 무역강경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등 냉랭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했다.

세이프가드란 미국 무역법 201조에 따른 것으로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물량을 규제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번 조치로 국내 가전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율의 관세 적용이다. 이번 공청회 청원자인 미국 월풀 측은 중국산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 세탁기에 대해 40%대의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세탁기에 적용되는 관세는 0% 수준이다.

통관 시 기재되는 수입원가가 100만원인 세탁기라면 40% 관세 부과시 제조기업은 40만원의 전에 없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세탁기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관세조치가 아닌 수입물량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계산법을 두고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풀 측은 각 생산지 별로 최근 5년간의 평균 수량만큼만 수입되길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미국 현지 언론 반응은 대체로 냉행하다. 더힐(The Hill)은 5일(현지시간) '우리는 세탁기를 골라 줄 연방정부는 필요 없다'(We don’t need the federal government to pick our washing machin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월풀의 청원이 받아들여진다면 미국 내에서 한국산 세탁기는 줄어들 것"이라며 "세탁기 가격 급등으로 인해 미국 가정은 이처럼 인기 있는 제품을 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도 이날 '세탁기 전쟁이 트럼프의 무역 강경책을 테스트(시금석)할 것'(Washing Machine War Will Test Trump’s Mettle on Trade)이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번 ITC 세이프가드를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지난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유럽 교역국들로부터 무역 반격을 우려해 그가 승인한 철강 세이프가드 관련 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ITC는 이날 판정에 따라 향후 조사의 구제조치단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제조치는 관세부과, 수입량제한 등이다. ITC는 오는 19일 구제조치에 대한 공개청문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4일까지 피해판정, 구제조치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19일 2차 공청회에는 업계 관계자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실무진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오는 11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업계 관계자들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구제조치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과 가전업계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일부 외신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만큼 업계와 우리 정부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9일 미국에서 열릴 2차 공청회(구제조치 공청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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