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교보생명 IPO 가능성에 '무게' 실리는 이유?
[초점] 교보생명 IPO 가능성에 '무게' 실리는 이유?
  • 김희정 서지연 기자
  • khj@seoulfn.com
  • 승인 2017.10.05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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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서지연 기자] 생명보험사 빅3(삼성·한화·교보) 가운데 '마지막 대어'인 교보생명이 IPO(기업공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교보생명이 시장에 뛰어들면 신창재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경영 승계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추가 자본확충을 자문하기 위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증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자문 증권사 4곳이 교보생명에 IPO를 통한 자본확충, 제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등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들의 압박으로 교보생명이 결국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을 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외국계 주주들은 교보생명의 IPO를 전제로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오는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3개 주요 보험사의 부채증가 예상규모가 무려 9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중 생보사 빅3가 차지하는 부채 증가액만 60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따른 회계충격을 상쇄하기 위해선 상장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IPO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7월 5억달러(약 56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IFRS17을 대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가장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교보생명의 적정주가는 얼마나 될까. 교보생명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략적인 윤곽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기본 및 희석주당이익(ESP)은 2만5097원이다. 이를 금융업종의 평균 순자산가치비율(PBR)인 10.85배에 적용하면 교보생명의 적정주가는 27만2300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생보사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라는 점과 교보증권, 교보문고 등 금융·비금융사가 속한 교보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정주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정 적정주가를 교보생명이 발생한 총 주식수(2050만주)에 곱해 계산해 본 추정 시가총액은 5조5822억원이다. 교보생명의 추정 시가총액은 앞서 상장한 삼성생명(23조1000억원), 한화생명(5조8713억원) 보다는 뒤쳐지지만 동양생명(1조2376억원), 미래에셋생명(7128억원), ING생명(3조8499억원) 등을 훨씬 웃돈 규모다.

여기에 최근 금리 상승기조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IFRS17 부채 부담을 완화해 준 데 따라 상장한다 하더라도 큰 디스카운트(저평가)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승 동력이 약해졌지만 증시가 연초 대비 급상승 한 것도 상장을 통한 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욕구에 불을 붙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다. 교보생명이 상장사로 탈바꿈할 경우 외국인 FI에 의해 경영권을 되레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FI로서의 역할을 뛰어 넘어 적극적인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설 경우 바이아웃(기업 인수 뒤 가치를 높여 재매각해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을 각오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신 회장(지분률 33.78%)이 여동생 신경애·영애씨 지분 각각 1.71%, 1.41%와 계열사 임원 지분 0.02% 등을 모두 끌어와도 확보 가능한 우호지분은 36.93%에 그친다. 2대 주주인 외국인 FI들의 지분률 24%와 불과 12%p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IPO로 신주가 상장되면 신 회장 등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 경영권이 더 위태로워 진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구주매출로만 상장을 진행하면 FI들의 엑시트를 보장할 수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인 자본확충 효과를 포기해야 한다. 금투업계에서 "신주 상장 외에는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 승계가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교보생명 상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씨는 지난 2015년 5월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 주식 승계율은 아직 0%다.

상장사는 비상장사에 비해 경영권이나 지분승계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주식을 증여해도 비상장사 대비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상장주식은 비상장주식과 달리 미래가치가 적용돼 정성적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신중하씨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주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지난 2015년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분쟁은 삼성그룹의 3세 승계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울러 엘리엇이 '주주 친화'를 명분으로 다른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을 끌어 모은 만큼 교보생명도 결국 배당 확대, 즉 주주 친화정책에 힘을 쏟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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