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前 동부 회장의 야망 '종합전자회사', 물거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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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대우 경영권 사수 자금마련 동분서주…가능성↓
선장 잃은 동부, 증권 중심 금융그룹 자리매김 가속

▲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사진=동부그룹)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혹독한 구조조정을 이겨내며 동부그룹을 기사회생시킨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그룹정상화 길목에서 여비서 성추문 사건으로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재계의 마지막 창업 1세대 총수였던 그가 창업 48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오랜 꿈인 '종합전자회사 도약'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김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상 동부그룹이 전자 등 제조업에 힘을 쏟을 이유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에 현재 남아 있는 제조계열사는 동부대우전자, 동부하이텍, 동부라이텍 정도다. 당장  이달 말께 동부대우전자 매각을 위한 비공개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동부대우전자도 동부그룹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부그룹을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레트로닉스)를 인수할 당시 부족한 자금을 BI인베스트먼트와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해 조달했다.

동부그룹은 FI와 지분 49%을 매입할 자금 1396억원을 조달하는 조건으로 2018년까지 기업공개를 하고 2015년부터 순자산규모 1800억원을 충족시키로 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계약(드래그얼롱)을 체결했다. 현재 동부대우전자는 동부 측이 54.2%, FI가 45.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2013년 당시 김 전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종합전자회사로 도약"을 선포하며 올해까지 매출액 5조원 영업익 3000억원 달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동부대우전자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2014년 29억원, 2015년 203억원, 2016년 236억원으로 늘어났고, FI들은 올해 초 동반매각권 옵션 행사와 함께 제3자 공개매각을 추진했다.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김 전 회장은 경영권 수성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는 등 경영권 사수를 위해 백방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여비서 성추문 사건으로 스스로 동부그룹 수장자리를 내려놓으며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에 적신호가 켜졌다.

동부그룹은 김 전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자 급히 산업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금융관료 출신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동부그룹이 금융관료 요직을 거친 이 고문에게 신임 회장 자리를 맡긴 것도 이 회장의 인맥을 이용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자의 누적 손실이 큰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자(SI)를 통하거나 이 회장과 친분이 깊은 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자사업을 이루겠다는 김 전 회장의 집념이 담긴 동부대우전자지만 객관적인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만약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동부그룹은 제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그룹이 아닌 금융그룹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은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사태와 맞물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용등급이 급락해 그룹의 핵심 제조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동양그룹 사태는 유동성 위기를 겪던 동양그룹이 2013년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명에게 피해를 입혔던 사건이다.

당시 자금 상태가 부실했던 동부그룹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선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은 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특수강, 동부당진항만 등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과 동부발전당진, 동부팜한농 등 핵심계열사들을 줄줄이 그룹에서 분리하며 험난한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동부그룹은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동부증권, 동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일부 제조 계열사들은 대규모 투자보다는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제조와 금융을 양 날개로 하는 종합그룹에 대한 김 전 회장의 포부는 현재로서는 한 쪽 날개만 남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재계는 성 추문으로 인한 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이 동부그룹으로서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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