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GS 제치고 '반포1단지 재건축' 품었다
현대건설, GS 제치고 '반포1단지 재건축'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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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GS건설과 '혈투' 끝에 수주에 성공한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사진=현대건설)

재무건전성·'정주영 마케팅'으로 승부 갈라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재건축 시공사는 결국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올해 강남권에서만 3조원이 넘어서는 수주액을 기록하며 향후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반포1단지 재건축 조합은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해 현대건설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총회에는 총 조합원 2294명 중 2194명(95.6%)이 참여(부재자투표 1893명 포함)해 1295표를 차지했다.

35층 5388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는 반포1단지는 공사비만 약 2조6400억원,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투입되는 사업비가 무려 8조원에 이르는 재건축 사업으로 사실상 정부가 개입한 첫 강남 재건축 단지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획득하게 되면서 향후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탈바꿈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날 결과를 두고 조합원들이 설계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GS건설보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쌓아온 건설 명가라는 평판 덕분에 시공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조합원의의 절반가량이 평균 74세의 노년층인 것을 감안해 현장설명회에서 수차례 영상에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를 등장시키는 '정주영 마케팅'을 펼쳤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총회에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까지 직접 나서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정수현 사장은 문제가 된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지원과 관련해 "제안했던 이사비 부분을 조합 측에서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 사업제안서에서 항목을 삭제했다"며 "그러나 조합원분들이 현대건설을 선택해주신다면 향후 인허가 쪽과 협조해 이익을 조합에 돌려드리는 부분을 함께 만들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사진=현대건설)

다만, 이번 재건축사업은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이사비 과다 지원 논란이 불거지는 등 정비사업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이번 수주전에서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시공사 선정이 끝난 이상 재건축초과이익을 세금으로 내지 않으려면 올해 말인 3개월 안에 관리처분인가신청을 해야 한다. 통상 사업시행 인가부터 관리처분계획 신청까지 빨라도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단지는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과 건설사가 함께 재건축을 진행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했다.

분양가상한제도 관심이다. 조합 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압박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기조 등으로 분양가를 조합의 기대만큼 받지 못하는 이상 앞으로 오른 시세를 반영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실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합은 일반 분양가로 최고 3.3㎡당 510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하고 있다.

'혈투' 끝에 이날 최종 승자가 된 현대건설은 향후 인근 압구정현대아파트 등 또 다른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4조538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달 7492억원 규모의 서울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와 일원대우(공사비 530억원)를 수주한 데 이어 반포1단지까지 수주하며 올해 강남권 수주액만 3조원이 넘는다. 이는 올해 2조5970억원의 재개발·재건축 수주고를 기록한 대우건설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번 단지를 강남 한강변에서 최고급 단지로 설계해 '100년 주거명작'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최소 3000세대(70%) 이상이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타워형 구조로 설계되며 주동과 주동을 잇는 골든게이트를 설계해 역사축을 잇는 상징적인 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진도8에 견디는 최고 등급의 내구성을 갖추고 불안한 국내 정세를 반영해 전시(戰時) 정부 비상 대피시설에 준하는 방호 특화를 선보인다. 음성인식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 어디에서든 집안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 '하이오티(Hi-oT)'도 적용한다.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홈로봇을 조합세대에 1대씩 지급할 계획이다. 이외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폰 출입 시스템'과 '미세먼지 차단·제거 시스템', '제로에너지 커뮤니티', '교통 혼잡 예방 시스템', '주차지원 시스템' 등도 이번 계획안에 포함됐다.

정 사장은 "현대건설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믿어 준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공동시행사업자로서 조합과 함께 모든 제반 협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현대건설 70년의 경험과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100년 주거 명작을 선보이며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끄는 본보기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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