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와서 멈춘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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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채권단, 금호타이어 자구안 반려…자율협약 통해 정상화 추진
재인수 불씨 여전히 남아…계열사 체력 비축으로 재매각 참여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꿈에 재동이 걸렸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을 반려하고 박 회장을 경영에서 배제키로 했다.

채권단은 향후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추진방안과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3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을 맞게 됐다.

◆ 중국 자본에는 이겼지만 마지막 고비 못 넘겨

금호타이어 매각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당초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했지만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자금을 많이 써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자금을 빌리고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이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은 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은 불가하다고 답변하며 협상 대상자를 박 회장에서 중국 사모펀드인 더블스타로 교체했다.

더블스타는 충분한 자금력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고 매각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금호산업과 의견이 갈리면서 또다시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대해 의무사용기간 5년에 추가 사용기간 15년에 20년간 연매출액의 0.2%를 사용료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연매출액의 0.5%를 사용료로, 사용의무기간 20년을 제시했다.

양 사가 평행선을 달리자 채권단은 연매출액의 0.5%를 사용료로 지급하되 사용의무기간은 12년6개월이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금호산업은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해 금호타이어 매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더블스타가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하면 매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매각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존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550억원을 깎아달라는 것.

이에 채권단은 숙의 끝에 더블스타 안을 거부했고 금호타이어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루빨리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실행 가능한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자구안이 설득력을 있을 경우 박 회장이 요구했던 컨소시엄 구성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내놓은 자구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채권단은 이를 반려하고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꾀하기로 결정했다.

◆ 몇 년 후에 다시 피어오를 재인수 불씨

채권단이 정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끝으로 그룹 재건을 완성하겠다는 꿈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고 박 회장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켜 놓은 후에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각을 진행하게 되면 박 회장은 경쟁입찰에 참여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현재 매각가보다 높은 가격이 매겨질 수 있어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만 하는 부담감이 있다.

현재도 재무적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할 만큼 박 회장의 자금동원력이 여의치 않다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정상화 기간 동안 재무적 투자자를 더 마련하고 금호아시아나의 주요 계열사들이 좋은 실적을 유지해 자금을 확보한다면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불발됐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금호산업 인수로 인해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보다는 자금력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인수하는 것이 오히려 그룹을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금호아시아나의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중요해졌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충분히 체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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