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버티기·통화긴축…北·美리스크에 한은 금리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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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역전되면 자본유출·변동성 확대 우려
'부동산·가계부채·경기위축' 내부 겹악재도 부담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의 속도를 내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저금리 부작용 수습의 책무가 있는 금통위로서는 금융안정을 헤치지 않는 '인상 적기'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만, 급부각한 대북리스크와 경기 불확실성에 더해 선진국 긴축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미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 긴축 돌입에 따른 한은 통화정책 영향에 대해 "내외금리차가 확대되고 문제가 생기면 통화정책 고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경기와 물가 경로가 중요한데 북한 리스크가 있으니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언급했다.

미 연준은 20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매월 1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실현되면, 현재 1.0~1.25% 수준인 미 정책금리와 한은 기준금리(1.25%)의 역전도 현실화 된다.

당장 내외금리차 역전이 외국인 자본 유출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의 긴축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금통위로서도 인상 시점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의 6월 금리 인상 단행 직후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취임 후 첫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이 커지면서 12월 한미 기준금리 역전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EB를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스탠스 전환을 반영해 금통위도 올해 중에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점차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일부 금통위원도 이미 지난달 의사록을 통해 인상 시기에 대한 고민을 비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더불어 우리도 통화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다른 위원도 "경기와 금융안정 측면을 보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축소 조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중기적 시계에서 완화 정도의 조정이 너무 빠르거나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섣부른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책 당국도 '예단이 어렵다'는 북핵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고, 우리 경제 회복세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주장한 금통위원도 "지금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하는 가운데서도 변경해야할 만큼 (통화정책 기조 변경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경기회복 경로에도 불확실성이 높다. 한국개발원(KDI)은 이달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측면에서 나타났던 경기 둔화 조짐이 진정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31% 증가하면서 11개월 연속 회복세를 지속했지만,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심리가 주춤한 상황이어서 3~4분기 흐름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8·2 부동산 대책에 더해 10월로 예고된 가계부채 대책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대책 효과로 최근까지도 지속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될 경우 금리 인상 논거가 약화될 수 있지만, 급증세가 걷히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시정책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신중한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며 "다만, 4분기중 미시 정책으로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오고,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질 경우에는 금리 인상 관련 소수의견이 개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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