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육상 라이벌 한진-금호아시아나, 엇갈린 운명
항공·육상 라이벌 한진-금호아시아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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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 회장(왼쪽)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각 사)

조양호, 회삿돈 유용 혐의 피의자 신분 vs 박삼구, 그룹 재건 '고군분투'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한진과 금호아시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을 유용한 것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져 그룹 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두 기업은 육상과 해상, 항공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그려왔다. 최근 몇 년간 부침을 겪으면서 두 기업 모두 하향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한진은 악재가 지속되고 있고 금호아시아나는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모양새다.

◆ 육상운송사업으로 기업 기반 확립

한진은 1945년 11월 1일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미군 군수물자 운송, 미군 이사화물 포장 및 운송으로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1960년 한국항공(Air Korea)를 세우고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설립했다.

그해 국내 최초 컨테이너 수송방식을 도입하고 미국 선사인 ‘씨랜드’와 컨테이너 운송계약을 체결하며 해상 운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61년 한진고속(현 동양고속)을 설립하며 육상교통의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영남지역 노선이 많아 영남을 대표하는 고속버스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금호아시아나는 1946년 고 박인천 창업회장이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1948년 호남지역을 주무대로 성장한 금호아시아나는 1960년 금호타이어, 1971년 금호석유화학, 1972년 광주여객자동차를 광주고속(현 금호고속)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전국 각지를 누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호고속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운송회사였다. 현재는 고속버스 회사 중 가장 많은 버스를 보유하며 국내 고속버스업계의 대표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써 독수리(한진고속 당시 심벌)와 거북이(광주고속 당시 심벌)를 내세운 두 기업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기업 성장의 발판을 삼았다.

◆ 아시아나항공 운항으로 경쟁의식 심화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는 육상교통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지만 항공 분야에서는 한진이 대한항공을 앞세워 금호아시아나를 압도했다. 1호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기 전까지 국내외를 연결하는 유일한 항공사였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전신인 서울항공이 1988년 문을 열면서 대한항공의 독점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해 서울~부산, 서울~광주에 첫 취항하며 항공 시장에 뛰어든 아시아나항공은 이후 1990년 1월 서울~도쿄, 2월 서울~나고야에 이어 12월 서울~홍콩에 취항하며 대한항공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대한항공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를 설립하며 국내 및 단거리 노선에 강세를 보이며 경쟁 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7319억원, 영업이익 1조1208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 5조7636억원, 영업이익 2565억원을 올렸다. 독점구조가 깨진 지 29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대한항공의 절반, 영업이익은 3분의 1까지 따라잡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지분의 46%를 보유한 에어부산에 이어 지난해 에어서울이 LCC업계에 뛰어들며 시장몰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LCC 시장 규모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도 있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조양호-박삼구의 희비쌍곡선

최근 조양호 한진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상황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승자의 저주'를 받으며 그룹의 유동성이 크게 흔들렸던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으며 그룹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더블스타에 넘어갈 뻔한 금호타이어 인수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며 그룹 재건 퍼즐을 완성할 경우 그룹 내뿐만 아니라 재계에서의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조양호 회장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조 회장은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지난 19일 경찰에 출석해 16시간 조사를 받았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조 회장은 그룹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한진해운이 파산 기로에 섰을 때에도 책임을 제대로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 회장과 함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항공사에 부과된 과징금 57억6000만원 중 대한항공에 절반이 넘는 33억원이 부과돼 '안전불감증'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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