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실무자들만 징계…또 불거진 '꼬리 자르기' 논란
금감원 실무자들만 징계…또 불거진 '꼬리 자르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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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

"이번에도 청탁자 언급 없어…채용 비리근절 되겠나?"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당사자들은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감사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감사결과를 확인한 금감원 관계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금감원 변호사 채용비리에 연루된 김수일 전 부원장이 최근 실형 선고를 받은 데다, 고위직이 가담한 또 다른 채용비리가 감사원에 의해 연거푸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채용비리 단초를 제공한 '청탁자'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도 당시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들만 처벌받는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급 신입 공채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 이모 씨는 필기시험에서 점수가 모자란 A씨를 필기전형 합격 대상 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구제한 뒤, 면접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 전 부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모든 과정을 보고받았음에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서 수석부원장이 금감원 임원으로서 당연히 준수해야 할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했기에 비위내용을 통보하니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장에게는 김 전 부원장이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했으나 지난 14일 퇴직했기에 향후 재취업 등의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감사 결과는 인사혁신처에도 통보돼 공직 후보 관리에 활용된다. 앞으로 서 수석부원장과 김 전 부원장의 공직 진출이 사실상 막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임직원들이 과거 재무부에 몸담았던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부탁을 받고 A씨를 구제하는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A씨의 부친이 주요 국책은행 한 곳의 고위 간부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비위 사실을 확인한 감사원이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지만, 정작 청탁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이는 앞서 김 전 부원장이 주도한 변호사 채용비리 사건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2014년 6월 금감원 변호사 경력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로스쿨 출신인 변호사 임모 씨가 채용되도록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평가등급을 올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모 씨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동기인 임모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이런 이유로 최 전 원장도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관련 혐의를 잡아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최 전 원장과 임모 전 의원은 모두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남부지법 류승우 판사는 그러나 "김 전 부원장이 범행에서 이익을 받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피고인들이 범행하도록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할 수 없어 미완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채용비리를 실행한 실무자들은 처벌받았지만 이들이 채용비리를 저지르도록 원인을 제공한 두 사람은 책임을 면했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이번에도 부정의 몸통은 놔두고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규명 성과는 거두지 못한채 결국 '금감원 망신주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청탁자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채용비리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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