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서민 실수요자들 '한숨'
'집값 잡기'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서민 실수요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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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중도금 대출 막혀 계약포기 사례 속출
집값잡기 '최우선'
서민 보호 주택정책 '무색'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등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막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일부 서민 실수요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급급한 나머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들고나옴으로써 일부 서민수요자들이 유탄을 맞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인데, 투기꾼은 엄벌하되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적이 무색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6.19대책와 8.2대책 등 두 차례의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과거 60~70% 수준에서 현행 40%까지 낮아졌다.

특히, 정부가 8.2 대책 이전 계약자 중 무주택자가 아닌 경우에는 강화된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잔금을 구하기 어려운 일부 당첨자들은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실제로 8.2대책 이전에 분양한 '신길 센트럴자이'는 일반분양(350세대) 물량의 8.9%에 달하는 31세대(59㎡ 18세대, 84㎡ 13세대)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정기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신(新)DTI를 내년부터 시행하고 2019년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금융권 관리지표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DTI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을 연간 상환액에 포함시킨 DTI다. 현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을 반영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DSR은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 외에 신용대출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해 차주의 상환능력에 반영하는 지표다.

업계에서는 LTV·DTI 강화에 이어 DSR까지 시행되는 경우 실수요자들의 상당수가 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6월 말 기준으로 390만명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총 450조원으로 1인당 1억1529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의 DSR은 63%로 평균 3748만원의 연간소득에서 2300만 원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수요자 자금조달 여부보다는 집값 안정화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출 규제 강화로 진짜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집을 살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이진복 정무위원장의 지적에 최 금융위원장은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집값 급등을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대책을 마련하면서 실수요자, 또 소득이 높지 않은 계층에 대해 종전의 LTV·DTI 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인데 우선 집값을 뛰지 않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 급등을 잡고 나면 LTV·DTI규제를 다시 풀 생각이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아직 그렇게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우선 주의로 인해 당장 이사를 가야하지만 높은 전세가로 집을 구하기 어렵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이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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