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중국 사드 '몽니' 못견뎌…롯데마트 전면철수
신동빈, 중국 사드 '몽니' 못견뎌…롯데마트 전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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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일 중국 '웨이보'에 게재된 사진. 중국 항저우 롯데마트 출입문에 현지 소방국의 출입금지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별했던 대륙 진출 결국 손해만…"112개 점포 매각 주간사 미국 IB 골드만삭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중국 공략 야망이 암초에 부딪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롯데마트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15일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 전체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운영 중인 112개 점포(마트 99개·슈퍼 13개)를 모두 처분하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한 셈이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백화점과 제과, 칠성음료, 홈쇼핑 등은 계속 버틸 예정이다.

롯데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월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성주CC를 사드 부지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중국 정부는 현지 롯데마트 점포를 긴급 점검에 나섰고, 소방법 위반을 빌미로 74개 점포에 한 달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이 영업정지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매 운동 등으로 자진 휴업한 13개 점포까지 중국 내 87개 롯데마트 점포가 문을 닫았다.

더욱이 롯데마트는 중국 법에 따라 자체 구조조정도 할 수도 없다. 중국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9000여명을 해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임금의 70%를 의무적으로 줘야 했다. 이로 인한 손해가 5000억원에 이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법에 따라 한 달간 단기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직원을 해고할 수 없고 임금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장기 영업정지를 받았다면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방법을 찾았겠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를 예견하고 있었다.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상해 허촨루 인근 한인타운에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롯데는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4월 창립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황각규 롯데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중국 사업은 투자단계로 판단해,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며 이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 회장은 미국 CNN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

▲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수와 해외사업 영업손실 현황.(자료=롯데쇼핑 IR, 단위:십억원)

롯데쇼핑은 홍콩 법인을 통해 지난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7000억원을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수혈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중국 지역사회와 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사드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기회로 여긴 중국 기업들은 롯데마트 매각을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롯데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롯데마트 매각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중이떠중이 매각을 제안하니 롯데마트 입장에서 일부가 아닌 전체 점포를 내놓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오는 10월 롯데지주 출범도 중국 사업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위험성을 덜고 평가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6월 네덜란드 유통업체 '마크로' 점포 8개를 인수하며 중국에 진출했다. 이듬해 9월 중국 '타임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5년까지 점포를 116개로 늘렸지만 그해 148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112개로 점포를 줄이면서 지난해 1240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롯데는 현재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중단한 상태다. 7개 계열사가 참여한 이 사업엔 총 3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4년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를 열었고, 2019년까지 테마파크, 호텔, 아파트 등을 추가하며 롯데타운을 완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시킨 채 아직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신 회장한테 각별했던 중국대륙 진출이 결국 손해만 본 것이다. 게다가 앞날도 불확실하다. 신 회장이 어떻게 중국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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