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 한국기업 무덤 되나
[홍승희 칼럼] 중국, 한국기업 무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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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때는 중국 진출을 무슨 마법 봉처럼 휘두르며 노조 때문에 중국으로 나간다고 큰소리 치고 나갔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별 재미를 못보고 더 값싼 임금을 쫓아 후발개도국으로 옮겨가거나 아예 문을 닫은 사례들이 많다. 중국에서 굳세게 버티고 성공한 기업의 사례는 별로 들려오는 게 없다.

대기업들도 한동안 유행처럼 중국 진출에 나섰다. 세계인구의 18.9%(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막대한 중국시장을 단지 넓은 시장으로만 여기고 나간 기업들 대다수는 그 장밋빛 전망들을 얼마 못가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막대한 투자를 하고 들어간 시장에서 적절히 빠져나올 타이밍도 놓친 채 중국 정부의 은밀한 자산 흡수정책에 휘둘리는 형국이다.

외국기업 유치 초기에는 경공업 분야에도 손을 벌렸던 중국이지만 이미 군수산업과 우주항공기술 부문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이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앞지를만한 첨단기술기업 외에는 차츰 밀어내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그런 중국이 내민 손을 덥썩 잡고 진출했다가 머잖아 진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유통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이미 경제성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중국이 자국내 유통산업을 성장시킬 동력으로 외국 업체들을 끌어들이고 그 효용이 다한 상태에서 또다시 밀어내기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마트는 중국의 한국기업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는 초기에 재빠르게 중국을 빠져나왔지만 롯데마트는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중국내 사업 확장을 도모했다. 그리고 호되게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 롯데마트가 마침내 중국내 자산 매각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내 112개 점포 중 87개 점포가 중국 정부에 의해 6개월 이상 강제 영업정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등 고정비용 지출은 지속되고 있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문제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은 점포들도 중국 정부가 의도한 반한 분위기로 인해 사실상 영업실적이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영업 정지된 점포 위주로 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면적인 철수도 고려중이라는 소식도 뒤따른다. 아마도 최종적으로는 전면 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혀갈 듯하다.

롯데 점포의 빠른 증가는 이미 중국 정부가 탐탁찮게 여겼던 것으로 보이며 사드 문제는 단지 손보기에 나설 적절한 계기를 제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자국 내에서도 정부의 의도에 기업들이 순응하는 문화를 가진 중국이 단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정확히는 부지 교환을 빌미로 그토록 혹독한 탄압을 하는 게 그다지 논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중국 스스로도 잘 알 것 아닌가.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와 중국사업에 동반진출을 했던 협력업체 중 하나가 법정관리로 넘어간다고 한다. 중국내 현대자동차 합작기업인 베이징자동차가 한국의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면서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가 한국에서 베이징현대와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을 두들김으로써 현대자동차의 자본을 고립시켜가는 게 아닌가 싶다.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는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들에게 비싼 단가를 지불함으로써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20~30%의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럴 경우 협력업체들의 줄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내 부품업체들을 키워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인 자동차 생산라인을 중국내에서 구축하고 있지도 못한 현대자동차를 더 이상 중국내에서 사업하도록 방치할 뜻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펼쳐 나가기는 점차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잖은 투자를 한 기업들로서도 본전도 못 건지고 철수하는 사례가 늘지 않을까 염려가 크다. 중국의 속뜻을 읽기도 전에 사드 배치 때문이었다고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얕은 욕심에 매달려 해외진출만이 살길이라고 서두를 일도 아니지 싶다. 물론 해외진출을 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국내 여건을 빙자한 해외진출은 자칫 빈손 들고 돌아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도 충분히 숙고하자는 충고를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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