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매각, 즉각적 '대등합병' 쟁점화
조흥매각, 즉각적 '대등합병' 쟁점화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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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신한지주회사' vs '신한조흥지주회사'

조흥은행 매각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가운데 대등합병 논의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가 요구해 온 단계적 매각에 따른 독자생존 방식이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힘든 분위기로 흘러감에 따라 차선책으로 조흥지주회사의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것.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논의된 합병 후 2년간 독립운영 방식이 아닌 즉시 대등합병 방식에 대한 논의가 노조의 총파업과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조흥신한지주회사(CSHB)로 할 것이냐, 신한조흥지주회사(SCHB)로 할 것이냐가 논의의 상징적 핵심.

즉각적 대등합병의 경우 적대적 M&A 방식보다 여러 면에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데다 조흥은행의 기업금융 강점, 신한지주의 소매금융 강점 특성을 조화롭게 살릴 수 있어 현실적으로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강제합병 당하느니 차라리 빈 껍데기를 주겠다는 조흥은행 직원들의 상처입은 자존심도 상당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역사성이나 브랜드가치 면에서 조흥은행이 신한지주를 앞서는 측면이 있는 만큼 조흥은행은 자존심을 지키고 신한지주는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식에 회계상 합병에 가까운 대등합병이 가장 유리하지 않겠냐며 이런 논의가 은행 상층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은행권 한 관계자도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을 추진하면서 꼭 팔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지 합병 방식에 관한 논의는 거의 전무했던 게 사실이라며 금융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지금이라도 찾을 때라고 말했다.

조흥은행 매각은 현재 19일 있을 공자위 회의의 승인만을 남겨 놓고 있다. 사실상 매각이 확정된 셈. 그러나 조흥은행 노조가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공조해 총파업에 돌입했고 공권력 투입이 거론되는 등 노-정간 대립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신한지주가 2년간 독립운영, 고용 승계, 임금 인상 등의 당근을 내놓긴 했지만 현 격앙된 노조를 회유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총파업의 명분이 고용승계보다는 정부의 미흡한 정책대응과 장기 금융비전 상실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고용보장 중심의 내용만으로 금융노조 전체를 설득시키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의 잦은 말바꿈에 따라 조흥은행 노조는 여전히 청와대의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해 절충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신한지주가 대등합병을 수용할 경우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신한지주 순이익은 564억원으로 신한은행 935억원 순이익의 60%에 머무는 등 사실상 신한은행 외 여타 지주회사들의 수익성은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지주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러나 기업금융-소매금융 중심의 지주회사 구성 재편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합병 효과가 극대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련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매각 타결 뒤 향후 합병추진위원회(가칭) 등에서 대등합병을 추진할 경우 ▲전체 조직개편의 구조 ▲경영 및 인사권 행사 ▲지분구조 등이 핵심 쟁점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논의는 물밑협상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각적 대등합병의 열쇠를 쥔 곳은 신한지주. 신한지주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인수이지 합병이 아니다라며 대등합병 논의는 2년 뒤에 할 일이고 현재로서는 전혀 논의되는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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