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재건축 단지 모습.(사진=서울파이낸스DB)

정부 추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따른 피해 최소화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주택 수요자가 청약을 하기 전에 소액의 청약금을 내고 분양예약을 한 후 1~2년 후에 본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현재 분양방식인 선분양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후분양제는 지난 2004년에도 정부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정부가 8.2 부동산대책 후속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가 계속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분양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은 후분양제를 실시하면 일반분양가를 선분양보다 높일 수 있어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아파트 골조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된 후 분양을 실시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조합에서 요구하면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권을 다투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도 후분양제 도입을 '공약' 사항으로 내건 상황이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에 후분양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로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 달 말께 법이 시행되면 이르면 내달 말부터 법 적용이 가능해진다.

건설업계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값이 단지별로 다르지만 3.3㎡당 분양가가 최소 300만∼500만원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민영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90%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김부성 부동산연구소장은 "선분양제는 주택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정희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선 건설사들에게 주는 최고의 특혜"라며 "물론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공급물량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겠지만 비정상인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건설사로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사업 리스크가 높아진다. 실제로 후분양제를 거론한 건설사들도 조합이 후분양을 선택했을 경우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플랜이 갖춰지진 않았지만 자체 검토를 통해 자금조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 '반포자이'를 후분양제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 후분양제로 가더라도 문제없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닌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도 사업성과 규모가 큰 일부 사업장에서만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거론된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규모나 사업성, 상징성 등의 면에서 다른 단지보다 높아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리스크를 안고 간다고 하는 것일 뿐 일반 아파트까지 리스크를 안고 가긴 힘들다"라며 "후분양제 전면 도입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