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원장 내정에 뒤숭숭한 금감원, 왜?
최흥식 원장 내정에 뒤숭숭한 금감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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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노조 "감독기구 독립성 고려 못한 판단"금융권, 엇갈린 시각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날벼락같이 최흥식 사장이 뚝 떨어졌다"

당초 유력한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알려졌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선임이 불발되자 금융감독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6일 금감원장으로 내정된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일방적 '내려꽂기'식 인사란 반발기류도 감지된다.

이날 오전 금감원 노동조합은 '혼란만 주는 금감원장 인사'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청와대는) 최 내정자가 금융연구원장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역임해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는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최 내정자가 하나금융지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하나은행이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청와대가 강조하는 적폐청산인가"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노조가 최 내정자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종속만 강요했다는 꾸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앞서 비(非)금융권 인사인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환영의 뜻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강한' 금감원으로 돌아가 채용비리로 어수선한 내부기강을 바로잡고 향후 통합이 예견되는 금융위의 압력을 견뎌내겠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 상호견제와 조화가 가능한 인선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최 내정자로 금감원장 인선이 급선회 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 금융위에서 제청안이 갑작스럽게 의결되자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가까운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 내정자 인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단 '입단속'에 나선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내정자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권은 차기 금감원장 인선을 두고 여러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금융인인 김 전 사무총장보다는 경제·금융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최 내정자가 차기 금감원장을 맡는 것이 옳은 것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가 강한 금감원을 지향하며 김 전 사무총장을 찬성한 만큼 금융위와의 불협화음을 걱정했던 목소리가 한결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폐 대상으로 여겨졌던 '낙하산 인사'가 현 정부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쓴소리도 여전하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노조)가 찬성의 뜻을 밝힌 상태에서 청와대가 다른 인물을 낙점한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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