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입을 앞두고 차주의 소득을 엄밀히 파악하고 규제 적용 지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신총부채상환비율(新DTI) 규제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채 상환부담을 더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DSR 규제의 경우 오는 2019년 도입을 목표로 은행의 자율적인 한도 산정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은행권은 당국의 주도적인 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자율 기준 선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新DTI 속도…규제 전국 확대+차주소득 엄격히 검증

민병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5일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방안 세미나'에서 "현행 DTI와 DSR 규제의 징검다리 역할로서 신DTI를 가급적 빨리 도입할 예정"이라며 "DSR의 경우 은행과 큰 원칙 등을 논의하고 은행 내부적인 시뮬레이션 거쳐 적합한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밟은 뒤 오는 2019년께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금융회사 여신심하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신DTI 규제는 소득인정 부문과 차주별 규제를 강화하게 된다. DTI는 소득으로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토록 규제하고 있다.

일단 지역별로 적용되는 현행 DTI의 적용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차주별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서울과 세종지, 이날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된 성남 분당과 대구 수성구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 대해 DTI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김 위원은 "DTI는 본질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전국으로 확대해 전 차주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역별로 차별화된 규제는 금융규제라기 보다는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식되는 원천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간의 소득을 파악하는 현행 기준의 한계를 보완해 2~3년 이상의 평균소득 자료를 토대로 소득을 인정하고,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일부분만 인정하는 방식이다. 소득의 지속성을 고려하기 위해 30년 장기 대출은 연령대를 감안한 소득조정 요소를 일부 적용한다.

◇DSR 절차 두고 "은행 실험 먼저" vs "당국 가이드라인 필요" 이견

금융당국이 단계적 도입을 예고한 DSR은 DTI보다 더 포괄적인 상환능력 평가 방식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경우 담보 위주의 대출에 치중하고 있어 차주의 상환 능력에 비해 과다한 가계 여신이 공급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추진하는 규제다. DSR은 전체 금융회사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만큼, 해당대출의 연간원리금 상환액에 기타부채는 연간 이자상환액만을 고려하는 DTI보다 더 강화된 기준으로 대출 가능액이 산정된다.

문제는 DSR 규제가 엄격한 수준으로 즉각 시행될 경우 기존에 받았던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의 연장이 어려워져 급격히 신용대출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취약계층의 충격이 클 전망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전체 분위의 DSR과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DSR을 비교하면 1분위의 DSR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저소득층이 주로 비은행 대출, 신용대출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DSR 규제를 시행할 경우 소득수준이 낮거나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이 높은 차주에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DSR 한도 수준과 설정 기준 수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도입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의 시뮬레이션을 선행하는 바텀 업(Botton up) 방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부채 상환 능력의 정확한 평가와 금융사의 자율성 강화는 금융사의 여신심사 역량 강화로 이어져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금융당국도 획일적 한도규제가 아닌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DSR을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 센터장도 "개별 금융회사가 대상 고객들에 대해 DSR을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70~80%를 넘어가면 연체나 부실확률이 크게 높아져 해당 기준으로 임계치를 정하는게 옳다"면서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은행과 비은행의 영업전략과 고객 프로필이 다 다른 만큼 이론적인 기존에서 일괄적인 한도를 정하기 보다는 실제 운영을 해보고 경험이 축적된 상태에서 개별 금융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DSR 한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의 경우 DSR 도입 자체가 정책적인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인 만큼 당국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정주 씨티은행 소비자금융리스크관리부장은 "은행들이 DSR을 도입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를 하지만, 이렇게 DTI가 낮은 수준에서는 그 어떤 부실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이 DSR을 유인은 없는 상황"며 "정책적인 목적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경험을 가지고 데이터를 만들어 도입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전희찬 KEB하나은행 여신기획팀장도 "단기 신용대출이나 한도여신의 원리금 상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소득 산정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고려할 것이 많은데 금융사바다 달리 측정하면 큰 편차가 발생하고 고객의 불편도 우려된다"며 "일단 당국의 주도로 규제를 도입하고 은행에 차주별 특성을 반영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고객의 대출 접근성을 열어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국장은 "은행이 대출 상품과 담보 유무에 따라서 각각의 대출 상품의 평균 만기 등은 충분히 측정이 가능하는 등 분할상환 능력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DSR 도입은 금융회사 자체적인 여신심사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차주의 특성이 다른 만큼 당국이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도 수립을 위한 은행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