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유통업계에서 '판매자의 책임'이란 어디까지 허용될까? 아니 책임을 운운할 수 있는 경계선이 있기는 한가? 릴리안 생리대 환불 사태를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깨끗한나라가 릴리안 생리대를 환불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히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환불에 나섰다.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자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깨끗한나라를 통해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릴리안 생리대 환불 논란의 쟁점은 가격 차이에 있다. 깨끗한나라는 유통업체들이 판매한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환불해준다. 결국, 유통마진을 제외한 돈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릴리안 생리대를 팔면서 차익을 남겼고 소비자들은 그 차익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업체별로 판매한 금액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깨끗한나라가 이를 구분해 개별적으로 환불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즉, 자신들이 남긴 차액만큼 소비자들이 손해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책임은 '깨끗한나라'에 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감수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구매금액보다 적게 환불을 받는 소비자들이 쿠팡이나 티몬, 위메프, G마켓, 11번가를 믿고 상품을 산 책임을 지라는 격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분유와 기저귀를 시작으로 휴지, 물티슈, 생리대 등 생필품을 앞세워 대형마트와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쇼핑의 주 고객이 20~30대 여성임을 고려하면 탁월한 마케팅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 중심 경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무료로 배송하고 손쉽게 반품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번 환불은 소비자 입장에서 결정하지 않은걸까?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뒤편에 자리한 '영업 적자'가 이를 방해하는 걸까?

물론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 환불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이번 환불 사태는 특이한 경우입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듯 소비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 환불에 대한 판매업체들의 손해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화학물질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는 이제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해 두라고 말하고 싶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메디안 치약, 몽드드 아기 물티슈, 팸퍼스 기저귀, 살충제 계란, 간염 소시지, 릴리안 생리대까지 최근 많은 논란이 빚어졌다.

앞으로 어떤 리콜 대상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때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를 외면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결국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 한계점을 업체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꼴이다.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다. 업체별 판매 가격 비교에서 나아가 경영 방침이나 서비스 정책도 고려한다. 과거 위메프가 인턴 채용 논란, 쿠팡이 쿠팡맨 처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게 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