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막걸리업계, 눈물겨운 '마른수건' 쥐어짜기
[초점] 막걸리업계, 눈물겨운 '마른수건' 쥐어짜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순당 등 막걸리업체들은 최근 젊은 소비자에게도 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며 불황 극복에 나섰다.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한일 관계 냉각·대기업 참여 불발 이후 계속 '내리막길'
젊은 소비자 겨냥 과일·커피맛 제품 등으로 '불황 극복'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최대한 비용을 아껴 올 상반기 간신히 손실 폭을 줄였습니다."

막걸리업계가 생존을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고 있다. 국내 주류업체 대부분의 지난해 실적이 정체되거나 악화됐는데, 특히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기업들의 상황이 나빴다. 그나마 일부는 비용절감을 통해 올 상반기 적자를 면하거나 손실 폭을 줄였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국내 막걸리 시장의 대표주자인 국순당은 마케팅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적자 폭 줄이기에 성공했다. 국순당은 올 상반기 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억원)보다 4억원 감소한 수치다. 국순당은 올 상반기 판매비와 관리비(140억원)를 지난해 상반기(165억원)보다 15%가량 줄였다.

보해양조는 올해 상반기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적자에서 벗어났다. 보해양조가 지출한 판관비는 177억원으로 지난해(261억원)보다 32%가량 줄었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각각 64억원,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전년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보해양조 역시 72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최근 몇 년간 막걸리업계는 쪼그라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저도수 막걸리'나 '캔 막걸리' 등을 출시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마케팅 비용마저 증가하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과거 막걸리업계는 한류열풍에 힘입어 일본에서 호황을 누렸다. 2011년엔 생산량과 매출액, 수출액 모두 최고치를 찍었다. 막걸리를 '몸에 좋은 곡주'로 인식한 일본인들이 즐겨 마신 덕분이다. 국내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막걸리 인기가 오래 가지 못한 이유로는 2009~2011년 호황 때 품질 개선 등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한류만 믿고 소비자 취향 분석과 고급화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시장이 더 커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던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은 막걸리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막걸리업체 다수가 영세한 탓에 투자 여력이 대기업보다 부족한데, 동반성장위는 지난해에야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전통주업계는 최근 저도주 흐름에 맞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며 불황 극복에 나섰다. 국순당은 지난해부터 '쌀 바나나'와 '쌀 복숭아', '쌀 크림치즈'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편의점 CU와 손잡고 쌀과 커피로 만든 '막걸리카노'도 출시했다.

한 전통주업체 관계자는 "주요 수출 대상이었던 일본에서 막걸리의 인기가 시들해졌으며, 수입맥주 공세와 1인당 술 소비량 감소 등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