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평균임금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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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대기업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올해 취업시즌에도 채용인원 대비 지원자가 적게는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까지 몰렸다는 뉴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은 이곳저곳에 채용공고를 내도 인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고용의 양극화가 심화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봉(임금)' 때문이다. 안정적인 곳에서 일하면서도 돈을 많이 주니 대기업에 지원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30대 그룹 상장사 인건비·재무실적 분석'에 따르면 2011년 1인당 인건비는 7522만원에서 2016년 9169만원으로 높아졌다. 총 27개 기업집단의 코스피·코스닥 상장 16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모든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평균 인건비보다 높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는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 중 한 곳인 SK텔레콤의 1억200만원과 불과 1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한경연이 발표한 자료를 자세히 보면 '평균연봉'이 아닌 '인건비'다. 인건비에는 연봉과 상여금, 퇴직금, 복리후생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 급여가 인건비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85% 정도라는 한경연의 설명을 감안하면 실제 연봉은 7335만~7793만원이 된다. 꽤나 많은 금액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여금이든 퇴직금이든 복리후생비든, 이 모든 것이 직원들에게 투자되는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 단순이 연봉만을 계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 하나 짚어야할 것이 있다. 바로 평균연봉 또는 평균인건비에는 직원과 임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해 급여로 66억9800만원을, 윤부근 대표이사는 50억3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내이사는 지난해 보수로 13억31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보수는 직원 연봉의 몇 배 또는 몇 십 배에 해당한다. 결국 임원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평균연봉 또는 평균인건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기업들은 높은 연봉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물론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힘겨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연봉 인상이 경영을 옥죄는 모든 원인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높은 연봉으로 인해 기업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보여주려 한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직급별 또는 직위별 평균 연봉을 공시토록 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힌다면 선뜻 받아들일 기업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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