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김일태 금융감독원 감사가 지난 11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2층 대강당에서 비교적 조촐하게 진행됐다는 퇴임식은 1층 로비로 이어졌고, 김 전 감사가 금감원을 빠져나가는 순간 임직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훈훈한 장면이지만 한켠으로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변호사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일 부원장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한지 채 나흘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퇴임식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감사는 직제상 금융감독원장 다음 자리로 '금융검찰'로 불리며 금감원 직원들을 내부에서 감시하는 중책을 맡는다.

그러나 금융권 일부에서는 명예직과 다름없는 사실상 '한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내부통제를 수행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매번 발생하는 비리나 사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전임 감사들과 마찬가지로 김 전 감사도 임기 말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며 이 같은 쓴소리를 피해가지 못하게 됐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2014년 동양사태, 지난해 채용비리 사건까지 금감원은 출범 초기부터 크고 작은 비리에 휘말려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쇄신안이 발표되고 윤리강령이 개정됐지만 상황은 역시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회사에게는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금감원도 정작 직원들의 비리나 각종 사건·사고를 견제할 제대로 된 장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고위 임원들조차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서 무책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비리로 직무 배제된 김 부원장의 급여는 물론 차량, 운전기사, 비서까지 보존해주면서 '버티기 작전'을 눈감아 주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금감원도 할 말은 있다. 직무 배제 임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김 부원장에게 급여 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제재 규정을 마련하면 될 일인데 그럴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차례 비리 논란을 겪어놓고서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한편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독립시켜 이른바 쌍봉형 감독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을 둘로 나눠 금융회사들을 감독하겠다는 의도지만 감독기관 자체 내부통제도 어려운데 기관을 더 늘린다고 금융감독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리 없다.

'금융검찰'이라는 금감원 감사가 제역할을 수행하고 진정한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퇴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