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투게더] "롯데마트 덕 봤죠"…청년식당 1호 '차이타이' 김동민 셰프
[위 투게더] "롯데마트 덕 봤죠"…청년식당 1호 '차이타이' 김동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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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차이타이' 식당에서 만난 김동민 셰프. (사진=김태희 기자)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을 이루려면 정부의 지원보다 대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연간 기획 '위 투게더'(We Together)를 통해 대기업들의 상생경영활동이 협력사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선후배 외식창업자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협동조합을 목표로 정했어요. 같이 일하는 식구들한테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가 젊은 외식창업자들이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꾸리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란 결론에 이르렀지요."

지난 9일 오후 4시께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지하 1층 푸드코트 안에서 만난 김동민(35) 셰프는 청년외식창업자 협동조합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선후배 셰프 두 명과 함께 지난해 10월10일부터 롯데마트 중계점 푸드코트 안에서 퓨전 아시아요리 전문 '차이타이'를 운영하고 있다. 차이타이란 이름은 중국(차이)과 태국(타이)을 버무려 지었다. 중국요리와 태국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인 셈이다.

차이타이는 롯데마트가 외식분야 청년 창업가들을 돕기 위해 기획한 '청년식당' 1호점이기도 하다. 롯데마트는 청년식당에 대해 "창의적인 외식 메뉴를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39세 이하 청년들이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메뉴 개발, 고객 응대 등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식당 운영자는 적은 비용으로 1년 동안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롯데마트에서 매장과 함께 인테리어, 주방집기, 설비 등을 지원한다. 운영 실적에 따라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

청년식당을 운영하려면 뛰어난 요리 솜씨를 갖춰야 한다. 롯데마트에서 지원자들끼리 손맛을 겨뤄 운영자가 결정된다. 김동민 셰프를 비롯한 차이타이 운영자 세 명도 경연을 거쳤다.

◇ 여기저기 보따리 싸면서 성공노하우 생겨

차이타이의 출발은 10여년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로수길은 지금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았고, 특색 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가로수길의 한 레스토랑에 청년들이 모였다.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은 곳이어서 손님 한 명 없었지만 주방에선 칼질하거나 팬을 달구는 소리가 들렸다. 청년들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면서 약속했다. '언젠가 함께 우리 가게를 내자'.

그 청년들이 현재 차이타이를 운영하고 있다. 김동민·손병천(32)·홍성관(37) 셰프다. 셋은 10여년 전 가로수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들은 같은 건물 다른 층에서 영업하던 음식점에서 일하며 거의 매일 만났다. 영업을 마치면 한데 모여 새 요리를 개발하면서 밤새 토론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로수길에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외식·화장품·패션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때만 해도 개성 있는 식당이 많았어요. 대기업들이 앞 다퉈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크게 뛰어 대부분 쫓겨났죠."

과거를 되돌아보며 뜸들이던 김 셰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쫓겨난 식당들이 가로수길에 모여들기 시작했죠. 가로수길이 맛집 거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또 쫓겨난 거예요. 전 계속 가로수길 변두리에 머물렀지만 한 명은 종로로, 또 다른 한 명은 용인 죽전으로 일하던 식당이 옮기게 됐어요. 그러면서 창업에 대한 생각이 더 확고해진 것 같아요."

그들은 2014년 한국도로공사의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4년 7월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 안에 '셰프의 고로케'를 열었다. 2015년 7월엔 힘을 모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주택가에 '셰프의 부엌'이란 작은 레스토랑을 장만했다. 도로공사와 2년 계약이 끝난 뒤 롯데마트 청년식당에 지원서를 냈고, 중계점 푸드코트 안에 차이타이를 열게 됐다.

▲ 롯데마트 중계점 푸드코트에 위치한 '차이타이' 청년 식당의 메뉴판. (사진=김태희 기자)

◇ 자금 지원과 자립 가능 시스템 마련해야

창업한 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돈'이었다. 지극히 현실이지만  감당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시작하자마자 장사가 잘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반드시 힘겨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죠. 그럴 때마다 끝까지 버텨서 성공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들은 하남 드림휴게소에서 셰프의 고로케를 운영할 때 뼈아픈 경험을 했다.  7~8월 휴가철 성수기 두 달간 실적은 좋았다. 그러나 성수기가 끝나자 매출은 반 토막 났다. 이익은커녕 인건비 챙기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김 셰프에게 휴게소의 창업은 실패한 기억으로 남았다.

"도로공사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 1기는 30팀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엔 6팀만 남았죠. 그만큼 쉽지 않았지만 실패라고만 여기지 않아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롯데마트 청년식당에 대해 김 셰프는 후한 점수를 줬다. 일반 매장보다 매출수수료율이 낮고, 운영에 필요한 주방기구를 롯데마트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설치된 주방기구 가격만 2000만원에서 3000만원선이예요. 롯데마트는 청년 창업가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롯데마트와 차이타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개장 후 3개월간 차이타이의 월평균 매출은 앞서 운영하던 중식당보다 26.5% 늘었다. 손님 증가율은 33.6%에 이른다.

게다가 차이타이 입점은 중계점 푸드코트 전체 매출과 손님 증가라는 일석이조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계점 푸드코트의 월평균 매출과 손님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1%, 14.6% 늘었다. 청년식당을 열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롯데마트는 "청년식당 1호점 차이타이가 참신한 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중계점 푸드코트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차이타이는 최근 들어 잇따라 월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여름을 맞아 냉짬뽕과 중국식 냉면을 메뉴에 추가하면서 지난 7월 매출이 2800만원을 넘어섰다. 신기록이었다. 8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30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중계점에서 10개월 정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매출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직원도 더 고용하게 됐어요. 그동안 힘들었지만 즐겁게 일했고, 이젠 식구가 5명으로 늘었죠."

◇ 일단 시작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김 셰프는 청년 창업에 대해 '시작이 반'이니, 이것저것 재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일단 조금이라도 젊을 때 패기와 열정으로 부딪혀봐야 한다는 뜻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2000만원 있으면 해보라고 권해요. 최근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며 욜로(Yolo)란 말이 유행인데, 30대에 2000만원을 가진 친구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주방기구와 인테리어를 완벽하게 갖추려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정도 갖추고 서울 시내에서 창업하려면 2~3억원은 필요하죠."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부어 창업을 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김 셰프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아는 형과 함께 5억원 정도를 투자해 가로수길에서 가게를 운영했어요. 매일 손님들이 줄을 섰지만 남는 건 거의 없었죠. 10년 동안 장사가 잘 돼도 5억원을 벌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죠."

김 셰프는 2000만원이 있다면, 은행에서 어느 정도 대출을 받아 월세 100~120만원대 작은 가게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나 도로공사처럼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 9일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 '차이타이' 식당에서 만난 김동민 셰프(가운데)와 직원들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 조바심내지 말고 뚝심 있게 원칙 지켜야

부푼 마음으로 도전한 창업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특히 외식 창업은 재료와 가격이 관건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대기업과 맞대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0원짜리 짬뽕을 판다면 재료비가 1000원인지 1500원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나죠. 재료비뿐 아니라 마케팅도 신경을 써야 해요. 특히 원칙을 정하고 뚝심 있게 지키는 게 중요해요. 쪼들리면 조바심나기 마련이고, 현실과 타협하기 십상이죠. 하지만 쪼들릴수록 원칙을 지켜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외식분야 청년 창업가들이 뚝심 있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협동조합을 꼽았다. 질 좋은 식재료를 한 번에 많이 살수록 싸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이윤을 남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 맞붙어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요식업 경력 15년차인데, 이윤을 많이 남기려 값싼 식재료를 쓰면 손님들이 알아차리기 마련이에요. 요즘 손님들은 지불하는 돈에 대한 가치를 알아요. 청년 창업가들이 살아남기 위해 협동조합을 꾸릴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이유죠."

김 셰프는 차이타이 2호점 개장을 내년 목표로 정했다. 또 후배들과 손잡고 3호점과 4호점 나아가 10호점까지 열게 되면 협동조합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셰프는 재료비나 시간에 대해선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면서 힘들 때마다 손님들의 격려를 떠올린다고 했다.

"얼마 전 셰프의 부엌 개업 2주년 잔치를 열고 단골손님들을 초대해 여러 가지 요리를 대접했어요. 한 손님이 가게를 차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는데, 그때 정말 보람을 느꼈죠. 차이타이 손님들도 청년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걸 보고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특히 어르신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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