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개천, 개국, 건국 그리고 건국절 논란
[홍승희 칼럼] 개천, 개국, 건국 그리고 건국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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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며칠 새 김이 좀 빠지기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이 한순간 불길처럼 솟구쳐 올랐다. 이번 논란의 요체는 상해임시정부의 출발을 건국으로 보느냐 마느냐는 입장의 차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했던 뉴라이트 계열의 논리에 동조하는 보수세력들은 대한민국 역사로서의 상해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와 진보세력들은 상해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였던 점을 들어 처음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을 건국의 기점으로 삼는다. 물론 1919년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제헌헌법에 따라 1919년 3월1일을 건국일로 보는 이가 있고 임시정부 수립 기념행사를 열었던 4월 11일로 보는 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임시정부의 실질적 창립일인 4월 13일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도 일제시기 유일한 한반도내 임시정부로서 한성임시정부가 창립한 4월23일을 주장하는 이, 항일투쟁 중이던 제 세력이 상해임시정부 하나로 통합됐던 9월 11일을 주장하는 이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 있다.

또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대한민국’ 건국절 논란과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듯싶지만 현재의 개천절인 10월3일이 건국일이다, 상해임시정부가 건국절로 삼았던 음력 10월3일 개천절로 가자는 주장 또한 있다.

이 주장은 원래 개천절이 음력 10월3일이었으나 국정공휴일로 지정하기에 음력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편의상 양력 10월3일로 바꿨던 것을 바로 잡자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어쨌든 건국일에 대한 논란을 처음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받아들여 1948년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삼고자 했지만 1948년 정부수립 후인 1948년 9월 1일에 발행된 관보 1호는 발행일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 무시된 논리다.

이승만 정부 아래서도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은 인정됐으며 헌법 전문 또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 보면 나라를 처음 연 사실을 기록함에 있어 환웅의 ‘개천’이 있고 단군의 ‘개국’이 있고 그 뒤를 이은 각 왕조며 정권들은 ‘건국’을 한다. 요즘 기원전 2,333년을 ‘개천’의 기점으로 삼지만 삼국유사 등 사서를 잘 들여다보면 개천은 단군의 개국에 앞서 환웅시대를 연 것을 의미한다.

물론 강단사학에서 환웅의 시대는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다룬 환단고기 등은 민간사서, 혹은 더 나아가 ‘소설’로 까지 폄훼하고 있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간혹 인용되는 것을 보거나 중국쪽 사서를 뜯어보면 그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으로 봐서 강단사학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환단고기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환웅시대는 많은 기상이변을 겪은 인류의 대이동시기의 기록을 담은 것일 수도 있다. 식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하는 무리들 가운데 우리의 조상들도 있었고 그들이 원주민들과의 결혼을 통해 하나의 족속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볼만한 대목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앞선 사상 혹은 종교를 가진 환웅의 세력이 그들의 사상을 원주민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가 ‘하늘을 연다’는 의미의 ‘개천’이었을 수 있다. 물론 개천은 하늘을 여는 게 아니라 나라를 펼친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많다. 강단사학에서는 아예 이를 ‘신화’로만 치부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단군은 처음 나라를 열어 ‘개국’이라고 했고 그 단군의 왕조를 이은 이후 왕조 혹은 국가들은 스스로 나라를 세워 ‘건국’이라고 했다. 이 건국이 나라를 ‘완성’했을 때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세력이 모여 건국을 선포하는 순간 건국은 성립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의 보수세력들이 사모하는 미국도 독립선언을 한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의 기점으로 삼는다. 그런데 왜 그 보수세력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선언은 무시하는 걸까. 더는 건국절 논란 따위가 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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