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49층 재건축 고집'에 서울시, 정비계획 '미심의' 퇴짜
은마 '49층 재건축 고집'에 서울시, 정비계획 '미심의'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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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 기준에 맞지 않고 공공기여도도 부족"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은마아파트가 '49층 재건축'을 강행하자 서울시가 재건축 계획을 심의하지 않기로 했다.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갔다가 심의 없이 그대로 내려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이 시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심의 요건 자체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모여 이례적으로 미심의 결정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공동주택(3종 일반주거지역)을 최고 35층으로만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14층 높이 4424가구의 아파트를 철거해 49층 아파트 4개동을 포함한 30개동 5940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은마아파트가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단지로, 다른 단지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12월부터 5차례 은마아파트 주민들과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 협의를 해왔으나, 주민들은 계속해서 49층 재건축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좁은 대지면적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49층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층으로 동 간 간격을 넓혀야 주민 편의는 물론 일대 아파트 단지의 조망권까지 확보된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전 단계에서의 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심의 안건으로 올렸으나 결국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시 관계자는 "최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의 '35층 기준'과 맞지 않고, 차량·보행통로 개설과 공공 기여 계획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도계위의 이번 '미심의' 결정은 서울시의 높이 기준에 맞지 않는 49층 재건축 계획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에 열린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2030 서울플랜'은 시민이 오랜 세월 함께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만든 일종의 헌법 같은 것"이라며 "실제로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이를 존중하면서 높이에 대해 이견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은마아파트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의 입장 차가 갈등이 커짐에 따라 향후 협의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도계위 심의에 재상정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은 시간 부족으로 심의가 연기됐다. 서울 잠실 한강변에 최고 50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로부터 잠실역사거리 코너 부분은 준주거지역으로 해서 50층 주상복합을 짓는 안을 사실상 허가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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