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업계 첫 사례…펜타곤·국회의사당 등 정부기관 슈퍼마켓서도 판매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의 매운맛이 미국 최대 소매업체를 홀렸다. 16일 농심은 신라면이 지난 6월부로 미국 내 월마트 4692개 전 점포에 입점하면서, 거대 판매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 식품 업계에서 미국 전역의 월마트 입점은 신라면이 처음이다. 농심에 따르면,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은 코카콜라, 네슬레, 켈로그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대표적 제품만 가능하다.
농심은 2013년 한국 식품 업계 최초로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한 뒤 대도시 점포를 중심으로 제품 공급을 늘렸다. 대형 점포에서 시작해 최근 소도시의 중소형 점포 입점까지 마쳤다.
월마트와 직거래를 통해 농심은 미국 시장을 개척했다. 월마트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영업을 펼치면서, 바이어와 손잡고 신라면 판촉행사를 열었다. 덕분에 월마트 내 매출이 매년 약 30%씩 늘고 있다. 전 점포에 입점한 올해부터는 매출이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미국에서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미국 전역 월마트 점포에서 팔리는 식품은 코카콜라, 네슬레, 펩시, 켈로그, 하인즈 등 글로벌 브랜드뿐이기 때문이다. 신라면은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월마트 매니저인 존 카(John Carr)씨는 "우리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라면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 그래서 신라면을 지속적으로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전역의 월마트를 판매 채널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식품 브랜드로 놀라운 일"이라며, "4692란 숫자가 단지 매장 수만 뜻하는 게 아니라,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판매망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농심은 월마트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토대로, 중소형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까지 입점을 추진하는 중이다. 월마트 성공사례를 앞세워 소규모 점포로까지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서다.
하반기 중 월마트에 납품하는 자체 물류체계도 개선한다. 현재 평균 3일 남짓 걸리는 배송기간을 1일로 줄이는 '월마트 원 타임(ON-TIME)'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시카고 인근 물류센터를 넓힐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 물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법인장은 "농심은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로드 쇼'(Road Show)란 이름의 특설매대를 운영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년 내에 일본 브랜드를 따라 잡겠다"고 말했다. 2016 유로모니터 자료를 기준으로 농심의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은 3위다. 일본의 동양수산과 일청식품이 농심보다 앞에 있다.
농심은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에도 신라면 입점을 추진한다. 신라면은 현재 '펜타곤'으로 불리는 미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 내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라면은 농심 신라면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농심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미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입점을 시도했다. 약 2만5000명이 근무하고 하루 5000여명이 방문하는 국방부와 미국 정치의 심장 격인 국회의사당 입점은 브랜드 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 국방부와 국회의사당뿐 아니라 국립보건원(NIH), 특허청(USPTO) 등 모두 7개 정부기관에서 신라면, 신라면블랙, 너구리, 김치사발면 등이 팔린다. 김병오 농심아메리카 뉴욕지사장은 "스위스 융프라우와 칠레 푼타아레나스 등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이 미국 정부기관을 비롯해 뉴욕 존 F 케네디(JFK)국제공항과 워싱턴공항, 주요 대학 등까지 파고들어 한국의 맛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 백악관, 항공우주국(NASA), UN본부 등에도 신라면 입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