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北-美 말폭탄 금융시장 난타…향후 예상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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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새 주가·환율·채권 '휘청'학습효과 없는 '가보지 않은 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화염과 분노', '괌 포위 사격', '군사 옵션 장전'.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강대강' 대치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코스피 지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악재로 작용해 학습효과까지 생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번엔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습효과 없는 가보지 않을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예측불허'라는 지적이다. 증시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외교 안보전문가의 입만 처다봐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동안 견고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버릴 정도의 사태악화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더 우세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75.73p(3.16%)나 떨어진 2319.7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310선으로 퇴보한 것은 지난 5월24일 이후 79일 만이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북한이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며 맞불을 놓자 한 주 만에 두 달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804%로 0.063%p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이는 작년 11월25일 1.811%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새로 쓴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1143.5원으로 사흘 동안 18.4원 올랐다(원화 약세). 종가기준 지난달 12일(1145.1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 간 '말폭탄'에 국내 금융시장이 '트리플 약세(주가, 통화가치, 채권 가격 동반하락)'로 휘청이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지면서 미니 골드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한국금거래소(Korea Gold Exchange)에 따르면 평소 하루 평균 50개 정도 팔리던 100g짜리 '미니 골드바'가 지난 9일부터는 하루 평균 250개 안팎씩 판매되고 있다. 이는 단 사흘만에 하루 평균 판매량이 400%나 급증한 것이다.

◆"상황 변화에 달렸다"코스피 위기론 부상금융투자업계는 고질적인 북한 리스크가 이번엔 지속 기간이나 강도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8월 위기설'까지 제기되며 북미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뚜렷한 대안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북한 리스크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강세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최근 리스크와 맞물려 매도세를 지속하자 코스피 저점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오는 2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9월9일 북한 건국기념일을 전후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발적 상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센티먼트 위축이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 또한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북핵 리스크 우려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이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유로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유럽계 자금, 즉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며 "2016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30~1150원대일 때 외국인의 순매수가 가장 많았다. 현재 환율에서 더 올라갈 경우 외국인 자금 매도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대립이 무사히 마무리 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강대강 대립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9월까지 변동성이 커질 이슈들이 남아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중 열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잭슨홀 컨퍼런스, 독일 총선, 트럼프 정책의 의회 통과, 부채한도협상, 중국 19차 당대회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에 따른 불확실성도 국내 증시에 무시 못 할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얘기다.

◆"추가 상승 기대 유효…당연한 제 값 찾기" =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핵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추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핵 리스크가 군사적 충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데다, 최근 국내 증시는 8개월 연속 상승에도 별다른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었다. 상승 피로감을 느낀 증시에 북한 리스크가 울고 싶은 아이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설명이다. 

선승범 유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도세에도 기관 투자자들과 연기금의 자금유입이 연일 지속되고 있어 이는 낙폭의 회복은 물론 향후 지수 반등시 탄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경기여건과 기업 실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지수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자금 유입에 따른 낙폭 만회의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라며 "2300선 초반에서의 밸류에이션 매력에 의한 하방경직성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지수대별로 살펴보면 2320은 PER 9.2배, 2339는 PER 9.28배, 지난 10일 종가인 2359.47은 PER 9.36배이다. 금융위기 때 평균 PER이 9.8배로 하반기 기업실적이 탄탄한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만 현실화하지 않는 다면 글로벌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싸다는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

결론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서 오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고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신한금융투자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가 이번 악재를 극복하면 3분기 어닝시즌(기업 실적 발표 기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9월 말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또 지수 2300선에 근접할 경우 '비중확대'를 2300선 밑으로 내려가면 '적극 매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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