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유통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대책으로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수를 올리거나 3배를 못 박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수수료율 상한제와 관련해서는 "공정위는 시장의 경쟁 질서를 제고하는 기관으로 수수료 마진에 직접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업계가 자유롭게 모범 기준을 만들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유통산업의 과제는.

▲ 유통산업이 전반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산업 정책적 대책과 10년 가까이 논란이 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필요하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이제 더는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통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시점이다. 유통산업발전을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 구조조정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유통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상공인의 권익을 동시에 보호해야 하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법 집행체계 TF 진행 상황은.

▲ 법 집행체계 TF는 형사·민사·행정 등 세 가지 측면의 시스템을 종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형사는 전속고발권 문제, 민사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사인의 행위 금지 청구제도 등이다. 행정은 공정위 소관의 법률을 집행할 때 조사제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거나 이양하는 협업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지자체 이임·이양과 관련해서는 서울시·경기도와 협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3배'에서 '3배'로 강화하는 내용도 논의하고 있다. 내년 1월 종합적 보고서를 낼 예정이었는데 이견이 빨리 좁혀질 수 있는 안은 정리해 10월 중 중간보고서로 내고 올해 정기국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대 3배가 아니라 3배로 못 박는 것인가.

▲ 우리나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3배 이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은 손해액의 3배를 자동으로 의무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손해액의 인정에 매우 보수적이다 보니 '최대 3배'로 정해놓으면 3배 배상이 집행되기 어렵다. 배수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반사회적·악의적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3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 적발이 어렵고 피해는 클 수 있는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배상 배수를 올리거나 3배를 못 박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통업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학계에서는 실손배상을 원칙으로 보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3배로 못 박는 건 간단하지 않다. 법 집행체계 개선 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수수료율 상한제 검토는.

▲ 공정위는 시장의 경쟁 질서를 제고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수수료 마진에 개입하는 건 공정위의 존립을 위협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필요성은 알지만 우리가 주도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야말로 업계가 자유롭게 모범 기준을 만들어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의 자발적인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향은.

▲ 가맹사업은 표준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기 때문에 협의가 가능하지만 유통은 그런 대화가 쉽지 않다. 유통채널별로 중요 사업자와 협의하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통에 특화된 대규모기업집단과의 대화를 생각할 수 있다.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에 대해서 협의를 통해 자율적인 상생노력을 요청하고 가능하면 업계 차원에서 상생협력 모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지난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모범 기준을 '손톱 밑 가시'라는 딱지를 붙여 많이 폐지했다. 지난 보수정부가 모범 기준을 없애야 할 규제라고 본 것이 실수였다. 모범 기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 측면이 있다. 연성법을 다 없애고 경성 법만 적용하면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위원장 임기 중에 중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경성 법에 넣을 수 없는 것들을 모범 기준에 담을 생각을 하고 있다. 가맹 상생협력 모델이 첫 번째가 되겠지만 하도급·대리점 쪽에서도 이런 모범 기준 방식의 규범체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으로는 최소한의 원칙만 갖고 교육을 통해서 의식을 높이되 그 중간에서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기업집단 CJ·롯데 등을 접촉할 계획이 있나.

▲ 적절한 기회에 만나겠다. 청와대 기업 미팅에 CJ·신세계·롯데도 참석했다. 길게 얘기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유통업에 대해서 상생을 위한 당부의 말씀을 하기도 했다.

- 취임하고 50일 정도 지났다. 목표 얼마나 달성했나.

▲ 단기 과제 설정한 것에 한 3분의1쯤 마친 것 같다. 나머지는 법 개정이라 쉽진 않다. 단기는 올해 말, 중기는 내년 말까지다.

- 법 개정 사안이 많다.

▲ 오늘 대책 15개 중 7개는 법 개정 사항이고 나머지는 시행령 등 하위법령으로 추진한다. 솔직히 법 개정은 크게 기대 안 하고 있다. 법 개정 필요 없는 것 중에 가장 강조점 두는 것은 우리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제지하는 것이다. 그 방식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다수의 집단민원에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제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미스터피자는 200건의 집단민원이 2번이나 들어왔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 효과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