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중구 공항로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여름 휴가철 하루평균 9만6000명 출국 내국인 늘었지만 매출 하락
내년 초 제2여객터미널 개장하면 여객 30% 빠져 "엎친데 덮친 격"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믿었던 휴가철 대목마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에서 빗겨갈 수 없었다. 올여름 휴가철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출은 줄었다. 내년 초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이 개항하면 실적은 더 고꾸라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휴가철이었던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총 191만9149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3.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 입국자는 95만1106명, 출국자는 96만8043명이었다. 특히 출국자가 지난해 92만명보다 4만명가량 늘었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여름 휴가철을 대목으로 여긴다. 출국자만 공항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어, 출국자 수가 늘면 공항면세점의 매출도 함께 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업계에선 내국인 출국자가 늘어났지만 '큰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내국인과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까지 5:5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6:4로 내국인 비중이 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공항면세점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0% 줄었지만 이건 산술적인 측면"이라며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하락폭은 30%다"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여름 휴가철 실적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해당 면세점 관계자들은 "사드 여파 때문에 아무래도 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고만 설명했다.

면세 업계는 다방면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국인 손님이 늘어도 상황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내국인은 면세점에서 수입 상품을 살 때 3000달러(343만원)를 넘기면 안 된다. 더욱이 다시 입국할 때 면세점에서 산 모든 상품이 600달러를 초과하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품 구입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해외명품과 '설화수'나 '후'처럼 값비싼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많이 사기 때문에 객단가가 높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항면세점 사업자들은 제2여객터미널의 개항까지 걱정해야 한다. 내년 초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면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 델타항공(미국)이 옮겨간다. 인천공항에서 해당 항공사들의 여객 비중은 전체의 30~40%에 이른다. 지난해 인천공항 여객 수가 총 5776만명임을 고려하면 30%인 1732만명이 내년 초 제2여객터미널로 옮겨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기존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드 여파가 회복될 기미조차 없는데 현재 이용객마저 제2여객터미널과 나눠야 하니 큰 일"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곳은 아마 롯데일 것"이라며 "제1여객터미널의 경우 대한항공이 동편 게이트를 이용하는데 이곳이 롯데면세점 운영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입찰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것으로 안다. 연말까지 사드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초 대한항공마저 빠지면 임대료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업계에서 공항면세점의 임대료는 비싼 것으로 정평이 났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공항이용료, 착륙료 등으로 연평균 6050억원의 항공수익을 냈다.

반면 면세점을 비롯한 상업시설 사용료, 주차장 사용료, 건물 임대료 등 비항공수익은 연평균 1조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 업무인 항공수익은 전체의 36.8%에 불과하고 비항공수입이 63.2%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달 제주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사드 여파로 인해 매출이 줄어, 비싼 임대료를 낼 수 없어서다. 이에 제주공항공사는 임대료 재협상 공문을 한화갤러리아에 보낸 상태다.

한편,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까지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