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리스크에 금융시장 '휘청'…이번은 다르다?
北-美 리스크에 금융시장 '휘청'…이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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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팔자 '트리플 약세' 주도장기화 우려 점증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코스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에 사흘째 내리 눌리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엔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단기 리스크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8월 위기설'까지 겹치면서 북한발(發) 악재가 우리 금융시장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단기 악재로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92p(0.38%) 내린 2359.47로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종가 기준 지수가 2350선에 머문 것은 지난 6월12일(2359.47)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2371.50(최고점)과 2339.06(최저점)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6.24% 오른 16.68로 집계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주체별로는 개인과 외국인이 이틀 연속 '팔자'를 외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1692억원, 외국인은 2859억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던졌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이틀동안 무려 73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4298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도 고된 하루를 보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11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견고한 상단'으로 여겨졌던 1140원선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환율 급등에 큰 영향을 줬다. 서울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선물을 중심으로 원화 채권을 대거 처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3년 국채선물을 1만7444계약 순매도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만계약 이상 팔았다. 10년 국채선물의 경우 2227계약 순매도했다.

미국과 북한이 유례없는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며 주식·원화·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북한이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되받아 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 북한이 다시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며 맞불을 놓자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그간 북한발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타격은 위기상황 발생 이후 4~5거래일째 회복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두 나라 지도자의 예측하기 어렵고 충동적인 성정에 시장은 이번 '강(强) 대 강' 대치를 과거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전쟁을 원하는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고, 미국외 지역의 군사문제에선 손을 뗄 생각이었던 당선전과 생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남-북의 문제로 제한됐던 대북 리스크가 북-미로 주체가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당장 '한반도 8월 위기설'이 겹친 것도 분명한 부담 요인이다. 코스피 상승을 지지해왔던 실적 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고 낮아진 원·달러 환율 수준으로 외국인의 차익실현 심리가 커지고 있어 코스피 되돌림에 대한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선뜻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아 단기간 내 미국과의 갈등 구도가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 리스크가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를 극복할만한 반전 포인트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대북 리스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낙관론이 상존해 있다. 선승범 유화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가 역사적 신고가에 비해 92.06p 빠졌다"면서도 "코스피 시장의 급격한 조정세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 장세가 연출된 것은 수급 개선의 시그널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최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북 리스크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차익실현의 빌미가 됐다고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 순매수가 길었을 경우 오히려 차익실현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7개월 연속 순매수 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한달 정도의 차익실현을 보였다는 점에서 금번 외국인 순매도 흐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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