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패자(覇者) 꿈꾸는 중국, 분열되는 아시아
[홍승희 칼럼] 패자(覇者) 꿈꾸는 중국, 분열되는 아시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남북한 사이에서 특별한 역할 없이 운전대를 잡으려는 중국은 지금 다른 주변국들과도 연이은 갈등을 유발하며 이 지역의 새로운 패자(覇者)로 군림하려는 의중을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 못지 않게 주변국들과의 고의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엔 히말라야 도카라 지역에서 인도와 무장대치하며 국경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늘 그들이 다른 나라에 해왔던 보복을 인도에서 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즉, 보복성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HLEO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우선 타깃이 됐으며 대표적인 힌두민족주의 단체 한곳에서는 아예 중국산 제품 불매를 주장하며 인도 정부가 경제 및 안보를 위해 중국 자본의 인도 투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또한 중국 최대의 고속철 기업이 인도 나그푸르에 공장을 설립한 것에 대해서도 인도 내에서는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힌두민족주의 단체들이 꼭 중국 자본만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들어 부쩍 늘어난 중국의 대 인도투자에 국경분쟁까지 재발하며 거부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인도와는 무장대치를 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면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외교전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특히 빈곤한 국가들이 중국의 회유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외교전이 아세안에 분열의 씨를 뿌리고 있다.

최근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분쟁 사태가 거론되며 베트남의 강력한 태클에 걸려 이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탈미 친중’ 노선으로 갈아탄 필리핀과 본시 친중 노선을 걸어온 캄보디아가 베트남과 맞서면서 일단 이번 공동성명에 남중국해 매립문제를 언급하고 비군사화의 필요성을 담았지만 이 섬들을 잇는 매립`간척 사업을 진행하려는 중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등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행동규범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담기지 못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는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에서 아세안 내 친중 국가들의 반대가 작용한 결과다. 근래 중국이 아시아의 빈국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성과가 외교전에서 힘을 발휘한 셈이다.

한국은 탐욕스러운 주변국들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도 일본도 우리에게는 위험한 이웃들이다.

현실적 필요에 부응하며 친선을 이어나가면서도 늘 우리의 운명이 그런 위험한 이웃들로 인해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제대로 잡고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필요성은 이미 역사 속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반성할 줄도 모르고 탐욕만을 드러내는 일본을 상대하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역사교육 등 정신세계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가 질척거리며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욕망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반면 중국은 오랜 역사적 관계를 현실 정치 속에 아전인수식으로 관철하려는 은밀한 탐욕을 감추고 있다가 기습하는 맹수처럼 삽시간에 달려들어 목줄을 문다. 1950년 신생국 중국은 가을에 티베트를 침공`병합하고 12월에는 압록강변에 엄청난 병력을 배치해 남북간 전쟁 중이던 한반도로 진군했다. 티베트 침공을 1,300년 전 역사까지 끌어대며 합리화함으로써 신생국의 역사까지 동시에 확장시킨 중국의 한국전 참전 구실은 북한과의 사회주의 연대였다.

역사 속에서 전쟁의 명분이란 참으로 논리가 빈약한 강자의 횡포일 뿐이지만 어쨌든 한국전 참전으로 전 세계적 빅뉴스가 되면서 중국은 세계적 비난을 받던 티베트 침공사태를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면죄부를 받았다. 성동격서의 한 끝이 한반도였던 셈이다.

그래서 지금 인도와 벌이는 국경분쟁도 우리와 무관하다고 무심할 수가 없다. 세계의 관심을 단숨에 돌려놓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중국이기에.

지금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압박 수단인 척하며 또 다시 압록강 북쪽에 대량의 무장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우리는 그런 중국을 앞에 두고도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들이 난무하는 이즈음의 국내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방과 적국의 위치가 바뀌는 것이 역사 속에서는 손바닥 뒤집기만큼 쉽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