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베트남 성적 미래에셋 '선방'…NH·신한 '고전'
증권사 베트남 성적 미래에셋 '선방'…NH·신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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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흑자 유지했지만 1분기 순익 전년比 반토막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증권사들이 신성장동력 확보와 해외 개척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 법인의 성적이 신통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법인을 보유 중인 증권사 4곳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순이익이 개선된 곳은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한 국내 증권사 4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가운데 올 1분기 순이익 개선을 이룬 곳은 미래에셋대우 한 곳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반토막 났고, NH투자증권은 적자 전환, 신한금융투자는 적자를 지속했다.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 현지 법인(Mirae Asset Wealth Management Securities (Vietnam) Limited Liability Company)은 올 1분기 순이익 5억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00만원)과 견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규모 면에서도 증권사 가운데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도 168% 증가한 17억3000만원을 거뒀다.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 현지법인은 미래에셋증권 당시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내 합작회사 형태(49% 지분 소유)로 2007년 설립됐고, 2015년에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7배 가량 뛰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수익 증가와 베트남 내 활발한 자기자본투자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지난해까지 증권사 가운데 순이익 규모가 가장 컸던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에도 4억8400만원으로 흑자를 지속했지만, 규모는 전년 동기(10억9300만원)와 비교해 반 토막 났다. 영업수익도 28.3% 줄어든 2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 (KIS Vietnam Securities Corporation)은 지난 2010년 지분 인수 후 5년 만에 업계 10위권으로 도약했지만,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9억1324만원)도 전년(37억6943만원)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해 2개 영업소(하노이·호찌민) 오픈에 따른 비용 발생이 수익을 끌어내렸다.

NH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우리 CBV)은 1분기 순손실 2억3300만원으로 전년 동기(600만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특히 지난해 연간 순손실 규모(-1억6300만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영업수익도 지난해 3억3500만원에서 3억16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무형자산(소프트웨어) 상각으로 인해 비용이 발생했고, 잔여지분 인수논의 관계로 영업활동이 축소됐기 때문에 적자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중 가장 늦게(2016년) 베트남 법인을 만든 신한금융투자(Shinhan Securities Vietnam Co.,Ltd.)는 당기순손실 2억4200만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2억43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 규모를 이어갔다. 현지 사업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업수익은 2배 늘어난 70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T(정보기술)을 포함한 초기 비용이 다소 발생한 것이 적자 요인"이라며 "아무래도 (수익이) 안정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은 연평균 6%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향후에도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베트남 현지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불렸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 'KIS 베트남'(55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는 늘어난 자본금을 토대로 브로커리지와 IPO 중심의 IB 부문에 주력한다. 이와 함께 신규 지점 확대 등 베트남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호치민과 하노이 거래소 내 시장점유율 기준 8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도 브로커리지 업무를 중심으로 성장한 뒤,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문 등 IB로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선두 증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추가 지분(51%)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획득하고자 한다. 이후 IB(투자은행) 등 리테일 외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현지 대주주 측과 가격 조건 등의 괴리로 관련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NH투자증권 측이 대주주 측에 (협상이) 너무 지체되고 있으니, 빨리 마무리 짓자는 입장과 함께 인수 희망가를 최종적으로 통보했다"며 "7월 말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는데, 아직 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 정리가 끝나면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권혁준 투자금융본부 부부장을 신임 베트남 법인장으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IB를 중점으로 본격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본사와의 IB부문 협업을 통해 현지IB 역량을 높이고, 딜 소싱 분야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현지에서 잘 되고 있는 은행 등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베트남 주식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B증권도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한 법인 설립에 나설 증권사로 거론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향후 자본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진출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우선순위나 대상국가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고, 기초적인 수준의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현지 금융기관 제휴, 지분 인수 등 다양한 형태의 유기적·비유기적 진출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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