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폭염에도 휴가 잊은 금투업계 수장들
"바쁘다 바빠!"…폭염에도 휴가 잊은 금투업계 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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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심사·M&A 등 난제 산적…대부분 반납·미정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지만 대부분의 금융투자업계 수장들에게 휴가는 멀고도 먼 얘기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초대형 IB(투자은행) 시대를 코앞에 둔 데다 M&A(인수합병), 올 3분기 내실다지기 등 켜켜이 쌓인 주요 현안들이 CEO(최고경영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 계획을 잡은 증권사 CEO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여름휴가를 이미 다녀왔거나 떠날 예정인 CEO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단 두 명뿐이다. 유상호 사장은 지난달 휴가를 다녀왔다. 가족들과 함께 개인일정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유 사장은 한 언론사 기고를 통해 "상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휴가를 사용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원규 사장은 8월 중순 쯤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김 사장은 가족들과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1주일 가량 여름휴가를 썼다.

반면 아직까지 휴가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CEO들도 있다. 초대형 IB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최현만·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휴가를 미뤄둔 상태다. 이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각종 행정제재 이력, 대주주 리스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탈락의 쓴 잔을 들이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만큼 CEO들은 향후 대응 전략을 점검하거나 IB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도 휴가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해외출장으로 휴가를 대신했다는 후문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계획이 없다. 최근 3조원대 대형 IB대열에 합류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2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하반기 전략을 더 면밀히 다듬어야 하는 등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취임한지 1년이 안 된 새내기 CEO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휴가일정 잡기가 더더욱 녹록치 않다는 전언이다. 지난 3월 취임한 김형진 사장은 증권업 경험이 없어 업무파악이 먼저인 데다 최근 조직개편까지 단행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증권업에 발을 들인지 1년2개월 차에 접어든 이용배 사장 역시 IB역량 강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확대, 노사갈등 합의 등 과제로 휴가를 따로 챙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신 SK증권 사장,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 등은 M&A 이슈로 집무실을 지킬 예정이다. 김신 사장의 경우 지난 26일 SK증권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프콘소시엄을 선정한 상황 등을 감안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 진행에 매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홍원식 사장은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이 불발된 데 따라 하반기 경영의 고삐를 더 바짝 죌 예정이다. 주익수 사장도 지난 5월 희망퇴직을 통해 임직원을 750여명 수준으로 줄인 하이투자증권이 물밑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휴가계획이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기관 수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아직 휴가계획을 잡지 않았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다음달 9일부터 1주일간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휴가는 커녕 당장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정찬우 이사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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