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날' 역사 쓴 카카오뱅크…'혁신적 환전' 이후 행보는?
'출범 첫날' 역사 쓴 카카오뱅크…'혁신적 환전' 이후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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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12시간 만에 고객 19만명 육박…K뱅크 기록 '훌쩍'
연내 부동산 대출 출시…내년부터 상품 라인업 본격 확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출범 첫날부터 은행 역사를 새로 썼다. 영업 10시간 만에 28만명의 고객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18만4000명이 계좌를 텄다. 혁신적으로 간편한 작동법과 단순한 상품 라인업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비전은 단순한 거래로 고객 수를 확보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K뱅크)보다 석달여 늦게 출범하면서도 '환전 서비스'를 추가한 점에서도 앞으로 그려갈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다. 약속된 행보는 부동산 대출, 그 이후에는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금융투자·보험 상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27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날 출범 12시간 만인 오후 7시 기준 신규 계좌개설수는 18만4000명을 달성했다. 은행권에 '돌풍'을 몰고왔던 K뱅크가 지난 4월 초 출범 당시 18시간 동안 2만명의 고객을 유치한 점을 감안할 때 압도적이다. 12시간 동안 카카오뱅크 앱 다운로드수는 33만5000건에 달한다. 하루 대출만 145억원이 나갔고, 예적금은 425억원이 유치됐다. 시간당 1만명 수준이던 계좌 개설 수는 오후 들어 2만명 꼴로 늘면서 갈수록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폭발적 인기의 비결은 '간편함'에 있었다. 카카오뱅크 앱은 복잡한 기존 은행의 모바일 뱅킹 프로세스를 완전히 뒤바꿨다. 휴대폰 인증과 신분증 촬영 만으로 7분 만에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가입 이후에도 불필요한 상품 정보나 복잡한 테스크, 아이콘은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 송금도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있다면 계좌번호 없이 바로 보낼 수 있다. 이체·알림·ATM 수수료는 올해까지 면제 실험에 나선다. 상품군도 수시입출·예적금, 소액대출·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로 기본만 담았다. 복잡한 우대금리도 없다. 상품 가입 전 조회 만으로 책정된 금리 수준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는 불편함에서 시작됐다"며 "상식을 비틀어보고 기존 은행에서 갖고 있는 정보보호 방식과 프로세스를 기존의 방법그대로 해야하느냐는 의문을 품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무엇이 불편한지 잘못됐는지 말해달라. 그 말씀을 새겨듣고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27일 출범식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출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존 은행권을 위협하는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역시 "고객 신뢰가 먼저"라면서 발톱은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향후 상품 라인업 확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제 세상에 막 나온 하루짜리 애가 무슨 위협이 될까. 아직 시중은행의 경쟁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엊그제부터 각 은행들이 상품 개편을 상당히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의식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우리만큼 고민을 덜 했구나 하는 생각은 갖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출범 전략부터 간편한 뱅킹 서비스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계획이 엿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이른바 '뒷통수'를 맞은 점도 '혁신적 해외송금'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시중은행이 수취수수료·중개수수료·전신료·송금수수료 등 복잡한 구조로 받아온 해외송금 수수료를 송금수수료 항목 한가지로 줄였다. 수수료 금액 기준으로 보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기존 시중은행들도 급히 송금 수수료를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가 1호 인터넷은행보다 뒤늦게 출범한 이유도 바로 해외 송금 때문이었다. 윤호용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K뱅크보다 오픈 시기가 늦었던 이유는 해외송금 때문"이라고 확인했다. 간편 뱅킹 서비스에 해외송금을 굳이 추가한 이유는 카카오뱅크에 주목도가 높은 20~30대 고객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자녀를 유학보낸 50대 이상 자산가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일단 가시화된 추가 상품은 부동산 대출이다. 하반기 늦은 시점에는 전세담보대출과 주택담보대출도 모바일 앱으로만 가능하도록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고객 반응에 따라서 금융투자 상품이나, 보험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한국금융투자 등 카카오뱅크 주주사들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의 금융상품이라든지, 보험상품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모바일 고객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무엇일지가 고민"이라며 "적합한 상품은 내년부터 서서히 장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표는 "고객에게 사랑을 먼저 받아야 하다"며 "수신, 여신, 환전, 송금, 카드에 집중해 신뢰를 받은 이후 다른 사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증자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카오뱅크는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발했으나, 하루 만에 대출 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여신 성장 속도가 빨라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증자가 불가피하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K뱅크의 경우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에서 58%의 지분을 갖고 있고, 지주사의 목적 자체가 자회사의 자본 확충이다"라며 "이미 본인가 계획안을 낼 때부터 내년중 증자를 예정하고 있었던 만큼 고객수나 여신 증가 속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증자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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