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장서 깃발 꽂는 중견 건설사
서울 정비사업장서 깃발 꽂는 중견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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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서 잇따른 수주로 '저력 발휘'
강남선 브랜드 열세로 수차례 고배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지방이나 택지지구 위주 공급에 주력하던 중견 건설사들이 최근 서울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특화상품으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정비사업 시장 진출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 진출을 위해 수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서울에 첫 발을 내딘 호반건설은 올해 3월 양천구 신정2-2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같은 달 반도건설도 서대문구 영천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돼 아파트와 오피스텔 371세대를 짓게 됐고, 1월에는 태영건설이 용산구 효창6구역에 아파트 385세대를 짓는 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서울 정비사업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중단 방침으로 먹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수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도시정비사업팀을 꾸려 지방 정비사업장에서부터 역량을 키워오며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공사비 500억원 내외의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사업장의 현장 설명회에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리아신탁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성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자 선정을 위해 지난 11일 마련한 현장 설명회에는 △계룡건설산업 △효성 △라인건설 △반도건설 △삼환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 △삼정 △건영 △동양건설산업 △동문건설 △신일 △성우건설 △동도건설 △보미건설 △반도주택 등 중견 건설사 15곳이 참여했다.

이에 호반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강남권 재건축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신반포13차 재건축 조합이 마련한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는 △호반건설 △동부건설 △우미건설 등이 참석했고 신반포 13차·15차 현장설명회에도 이들 중견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18일 열린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도 대림산업 등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호반건설 △태영건설 △이수건설 등이 참여했다.

다만, 중견건설사들의 강남 입성은 녹록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에 물밑 경쟁을 치르는 사전 영업력에서 밀리는 데다 특화설계와 낮은 공사비로 조합을 설득해도 결국 브랜드파워 앞에서 번번히 수주에 실패하기 일쑤다. 최근 일부 단지들의 경우 참여조건을 시공평가액 10위권으로 묶으며 중견 건설사들의 진입을 막기도 한다.

서초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금력이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며 "주택건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지도 높은 대형건설사 브랜드 이미지를 원하는 모습이 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 건설사들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강남 부동산 시장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가격은 물론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주요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들 건설사들은 수주 전략 수립에 더욱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상징성이 큰 지역이어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 진출에 사업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물론 시장 진입이 쉽지는 않지만 하반기에도 주요 사업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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