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 "올 가을 양적완화 미래 논의"…긴축전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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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제로기준금리 등 주요 금리 동결…"9월 회의 때 테이퍼링 논의" 관측

[서울파이낸스 금융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CB가 6주 뒤 열리는 차기 정례 통화정책회의 때 양적완화 정책 축소(테이퍼링)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만연한 분위기에도, 이에 상응한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언어의 유희와도 같은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해 불가측성만 높였다는 지적과 함께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는 현재 ECB가 가을, 즉 다음 정례회의 때 테이퍼링 정책 방향을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우리는 25명으로 구성된 정책위원회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미래를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의 논의는 가을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QE 축소에 대한 신호를 주기 보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ECB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9월초와 10월말에 열릴 예정이다.

ECB는 앞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현행 0.00% 기준금리, 0.25% 한계대출금리, -0.40% 예금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

ECB는 성명서에서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채권매입프로그램을 확대할 준비가 돼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결정 전에 투자자들이 조달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채권매입프로그램의 빠른 축소를 추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ECB 정책위원회가 언제, 어떤 속도로 부양정책을 축소할지에 접근할 때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드라기 총재는 “경제회복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낮은 상태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사례에 견줘 테이퍼링이 가져올 발작적 영향을 ECB도 걱정하느냐' 하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유로화 사용 19개국 즉,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아직 우리가 원하는 만큼 안 될 뿐 아니라 응당 돼야 할 만큼도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그것이 상당한 통화(팽창)정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다만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요인이 약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약화한다"라고 말했다.

ECB는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를 '2%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HICP)는 1.3%로서 전월의 1.4%보다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다.

그는 '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 마감 시한인 12월 이후 상황에 기술적으로 대비하고 있느냐'는 취지의 물음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다음 회의가 열리는 9월 7일이 가을이냐'는 물음에도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들과 문답에 앞서 내놓은 기조 설명에서도 현 경제 확장세가 물가상승률이 ECB 목표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점증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당장 '한층 강력한 물가상승률 역학(다이내믹스)'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라고 지적했다.

ECB는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이 채권매입프로그램은 올해말까지 시행될 계획이다.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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