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성수기 증편해야 하는데...조종인력 부족 심각"
항공업계 "성수기 증편해야 하는데...조종인력 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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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중국 업체의 파격 제안·LCC로의 이직 빈번…"육성도 쉽지 않아"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사들이 속속 증편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서는 조종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급성장하면서 여객기를 추가 도입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국내 대형항공사의 조종인력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와 LCC 등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인기 노선에 추가 항공기를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8월, 7~8월 한정으로 미국 LA, 태국 방콕 노선을 각각 주 5회, 4회 증편한다. 이에 따라 미국 LA 노선은 주 14회에서 주 19회로 태국 방콕 노선은 주 21회 운항에서 25회로 각각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탈리아, 베트남, 일본 등에 부정기편을 증편 운영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향하는 항공기편은 오는 9월 12일까지 운영되며, 여름 휴가 기간에 한정 일본 쇼나이로 향하는 부정기편을 4회, 하코다테에 도착하는 항공기편은 5회 각각 운항하기로 했다.

LCC의 맏형격인 제주항공도 대만 남서부 항구도시 가오슝(高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베트남 나트랑을 신규 취항하며 노선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다른 LCC 역시 국제선 주요 도시로 향하는 항공기 추가증편에 속속 나가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조종인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권고사항에 따르면 LCC는 항공기(200석 이하 규모) 1대당 기장과 부기장을 각각 6명, 정비사는 12명을 보유해야한다. 그러나 최근 해외여행 보편화로 항공시장이 급성장해 여객기가 늘고 노선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조종인력 수급이 여의치 않아 항공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8개 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국토부가 초청해 열린 간담회에서 중국 등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는 해외 항공사와 국내 신생 LCC들의 조종인력 모시기 등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국내 조종사의 해외 이직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 국내 조종사 중 해외로 이직하는 조종 인력은 지난 2015년 92명에서 2016년에는 100명으로 8% 늘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국내 대형항공사 기장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면서 해외 이직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민항총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공사의 외국인 조종사는 전체의 7.3%인 1005명이고, 이 가운데 한국인 조종사가 20.2%(20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관계자는 "연봉 1억5000만원 수준인 국내 항공사 기장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할 때 3억원 가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봉차이가 커 실제 해외이직을 고려하는 조종 인력을 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형항공사의 부기장이 LCC로 이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LCC들은 출범 초기 대형항공사의 부기장을 기장으로 영입해 노선을 운항했었다. 그러나 최근 노선 확장에 나서면서 경쟁적으로 여객기를 도입해 조종사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플라이양양(양양), 한화그룹이 투자한 에어로-K(청주),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등도 항공운송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조종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 인력 육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부터 대형항공사들이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는 등 조종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여객기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에서 비행을 배우고 15년 의무복무 후 제대하는 방법, 항공대·교통대 등 항공운항과에서 120시간 이상 비행 후 ROTC로 임관해 13년 의무복무하거나 교관 등으로 비행시간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다른 방법은 미국 등에서 조종사 유학을 하거나 비행교육원 훈련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를 통해 비행시간 200시간을 채우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부기장 채용 때 자격뿐 아니라 250~1000시간의 비행경험과 제트기 경험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만 순수 교육비 약 1억500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 인력 육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 국내 조종사들이 연봉 등을 이유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선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데 무분별한 인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들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면 전체 항공사의 임금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적정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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