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청문회로 본 금융현안] 가계부채·구조조정, 그리고 가상화폐
[최종구 청문회로 본 금융현안] 가계부채·구조조정, 그리고 가상화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성·호통 없는 '정책 검증' 청문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7일 단계적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입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임기내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까지 낮추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여부를 신중히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최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평소 엄격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최 후보자의 청문회는 고성과 호통 없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검증 위주로 진행됐다. 진한 곤색 양복을 입고 등장한 최 후보자는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했다. 과거 론스타 '먹튀' 방조 의혹,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 등 계속되는 문제제기에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너무 빨라…선제적 대응”

여야 의원들은 우선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해법을 집중 질의했다. 최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며 그 원인은 장기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있다"며 "부채 증가 속도를 적절히,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에 취임하면 다음달 말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앞서 최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단계적인 DSR 도입으로 금융회사가 더 꼼꼼하게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도록 하고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대출로 나가는 돈 중 이자만 봤다면 DSR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더 강한 규제다. 정부는 올해 금융권이 DSR을 자율적 참고지표로 활용하고 내년에는 금융회사별 여신심사모형을 개발한 뒤 2019년까지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취약계층의 대출과 기타대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왜 늘어나는지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간 금융위가 주도해왔던 한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았고 철강·유화(석유화학)·건설 부분의 구조조정 비전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자는 "석유화학·철강 분야의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구조조정은 중요한 과제다. 조선·해운이 가장 그렇고 유화·철강은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해당 채권은행들이 면밀히 지켜봐서 때를 놓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작은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이행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력이 매끄럽지 못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진통을 겪었다는 지적에 "지난번 대우조선 문제를 처리할 때도 부처 간 협력·협업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도 답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 특혜의혹 '신중'…론스타 논란은 '정면돌파'

최 후보자는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론스타 먹튀 방조 의혹에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먼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의 인과 과정에서 금융위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은행법상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충족하지 못하자 이를 우회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해주고, 본인가 과정에선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협조한 데 따른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최 후보자는 "금융위가 의도를 갖거나 결론을 내놓고 특혜를 주려고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금융위원장을 하게 되면 해당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 론스타 먹튀를 금융당국이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재차 제기됐다. 론스타 먹튀 논란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헐값에 인수했다가 되팔아 큰 차익을 남기고 떠난 사건이다. 최 후보자는 금융위 상임위원 재직 당시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인정해 먹튀를 방조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론을 유보해 투자자국가소송(ISD) 제소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론스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옳았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최 후보자는 "지금도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최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유보한 데 대해 "수시 적격성 요건에 대해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 환송한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임기내 법정 최고금리 27.9%→24%로 낮출 것"

그는 임기내 현재 27.9%인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임기 중 24%까지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행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 후보자는 "대통령 임기 중에는 20%까지 낮출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행복기금 보유 10년 이상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장기연체 채권 소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세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어려운 차주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3만1000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이 정보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소비자 보호, 불법 거래, 범죄 악용 등 가상통화의 거래 과열이 주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에 편입시켜야 할 것인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후보자는 "가상통화는 '통화'라는 말이 붙긴 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통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투자 대상"이라며 "과거 (유럽의) '튤립 투자 광풍'처럼 지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모두 규제를 주저하고 있다"며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