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의약품 리베이트 환자가 직접 감시해야"
[전문가 기고] "의약품 리베이트 환자가 직접 감시해야"
  • 임진형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 ljh337@hanmail.net
  • 승인 2017.07.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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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형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약국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조제실 안쪽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수백 수천 개의 약품들이 약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한 알에 15원짜리부터 30만원에 달하는 간염 치료 약까지 다양하다.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제약회사만 다르고 모든 것이 동일한 똑같은 성분의 약들이 줄줄이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때 약품마진은 0원이다. 다시 말해 약사는 약을 조제한 행위에 대해서만 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받게 되지만, 약품을 싸게 들여와서 비싸게 파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똑같은 약품을 제조회사별로 몇 개씩 조제실에 들여다 놓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조제실에 회사만 다른 같은 약들이 줄줄이 진열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은 의사가 처방의약품에 대해서 성분, 용법과 함께 제조사까지도 지정할 수 있는 '상품명 처방제도'를 채택했다. 이 제도하에서 제약사들은 상식적인 영업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품질이 모두 같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은 신약이나 제품력,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지 않았다.

약품 가격이 떨어지면 회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약가는 그대로 뒀다. 대신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아니라 중간에서 처방을 내는 의사에게 뒷돈을 주고 처방횟수를 늘리는 방법들을 택했다. 이런 뒷거래가 리베이트다. 이 방식은 법망을 피해 현재도 진행형에 있다. 수년간 이러한 리베이트 거래를 충실히 이행해온 제약회사 중에는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을 들 수 있다.

동아제약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1400여곳의 병의원에 3433회 걸쳐 44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고작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동아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정석 회장이 50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든 뒤 이 중 50억원을 또다시 병의원 리베이트로 사용했다가 지난 6월 말 검찰소환까지 당했다.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자사 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에게 골프채, 명품지갑, 홈시어터, 현금을 뿌려가며 영업을 했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9억원을 추징당했다.

제약사·의사들의 결탁으로 처방전에 불필요한 약품이 추가돼 늘어갈수록 건강보험재정은 위축되며 환자들은 더 비싼 약값을 지출해야 한다. 약국에서는 언제 처방이 끊길지도 모르는 약을 구입해 약장에 진열해야 한다. 이후 처방이 갑자기 끊기게 되면 개봉한 채 남아있는 약들은 반품이 어려워 고스란히 손해로 떠안게 된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07년~2011년까지 제약사와 도매상이 의사, 약사, 의료기관에 제공한 리베이트가 1조원이 넘는다. 리베이트 쌍벌제, 약품가격을 낮추는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등이 실시되고 있지만 제약사들의 뒷돈 거래는 더 음성적으로 변질돼 갔다. 이 때문에 작년에 '의약품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에서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들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이 직접 리베이트를 감시할 수 있도록 처방전에 기재되는 약품명 옆에 성분과 제약사 이름을 병기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만약 환자가 오랫동안 먹었던 약들이 갑자기 제약회사만 바뀐 것을 발견했다면, 처방전에 모든 약이 한 제약사 약으로 도배돼 있다면, 직접 돈을 내는 의료 소비자로서 의사와 약사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오늘 당신이 받은 처방전에는 동아제약의 약품은 몇 개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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